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의 부당한 비율산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4조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승계를 위해 1조7,500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제일모직ㆍ삼성물산 합병에 앞서 합병비율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삼정회계법인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1조7,500억원에 이르는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을 전액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1조원 가치의 광업권도 양쪽 회계법인이 4,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과소 추정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반대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로 잡히는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평가할 수 있었음에도 ‘평가 불능’을 핑계로 부채 규모를 은폐해왔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요인들을 반영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재산정한 결과로 모두 ‘1대1’의 비율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1조7,5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치 평가에 전부 반영하면, 합병 비율은 기존 ‘1대0.35’에서 ‘1대1.36’까지 치솟는다. 이를 토대로 이 부회장이 취한 부당 이득은 최대 4조1,000억원에 이르고,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손해액은 6,7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참여연대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을 주장하면서 적정한 합병비율 추정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제일모직이 1대 0.35의 비율로 삼성물산을 흡수 통합하자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한 뒤 지난해 7월 1차로 적정 합병비율을 발표했다. 올해 5월에는 2차 추정치를 제시하고 이 부회장이 부당한 합병 비율로 최대 3조6,000억원의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1, 2차 추정치 발표에서 주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가 부풀려진 측면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삼성물산의 가치를 고의로 축소시킨 의혹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를 고리로 불법ㆍ부당 합병을 추진했다는 게 참여연대의 일관된 주장이다. 때문에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 등 국가의 경제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에 대한 대법원 선고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의 몫이 돼야 한다”면서 “재벌 총수와 기업의 안위는 완전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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