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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소환 조사 집단 불응”… 한국당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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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소환 조사 집단 불응”… 한국당 셈법은

입력
2019.07.14 20:00
수정
2019.07.14 20:5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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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죄 적용된 여당과 달리 대부분 ‘국회법 위반’

‘500만원 이상 벌금형’ 나오면 5년간 출마 불가능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에 집단 불응하는 것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결정했다. 경찰은 여야 의원 18명에게 이번주 중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출석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한국당이 ‘집단 불응 스크럼’을 짠 것에는 여러 정치적 계산이 녹아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소환 통보를 받은 당내 의원 10여명은 지난 11일 대책회의를 열고 경찰 소환에 공동 무대응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책회의에는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최교일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들도 참석했다. 치밀한 법률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얘기다. 단, 한국당은 초유의 ‘상임위원 두 차례 사보임’으로 사실상 여당 편을 든 문희상 국회의장과 빠루(노루발못뽑이)를 동원해 한국당의 회의실 점거를 진압한 국회사무처를 경찰이 우선 조사하면 수사에 응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문 의장과 국회사무처를 방패막이 삼은 전략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여야 무력 충돌로 고소ㆍ고발된 한국당 의원은 56명. 더불어민주당(40명)보다 많을 뿐 아니라, 법정에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한국당 의원 대다수는 국회 의사 일정을 방해한 혐의, 즉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국회법에 따라 5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향후 5년 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치인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경미한 의사 일정 방해라도 엄벌해 국회 파행을 막겠다는 것이 법 취지인 데다, 국회 폭력사태에 선진화법을 적용하는 첫 번째 본보기 사례인 만큼, 한국당 의원들은 중형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소환 대상인 한국당 의원들은 4월 여야 대치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투입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회관에 감금한 특수감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회법 위반으로도 고발된 터라, 수사에 응했다가 ‘선진화법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폭행죄로 고소돼 혐의가 인정돼도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역 의원이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선진화법에 포위 당한 형국인 한국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버팀목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회기 중에 수사기관이 의원을 체포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ㆍ출석의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 상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6월 임시국회 회기는 19일 끝나지만, 산적한 국회 현안을 감안하면 7, 8월에도 임시 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잘 아는 경찰이 체포영장 카드를 무리하게 꺼낼 리도 없거니와, 현역 의원 수십 명을 상대로 무더기 체포영장을 발부 받으려 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정치 문제를 정치로 풀지 않고 스스로 사법기관에 예속되는 길을 선택한 정치권도 한심하지만, 그걸 이용해 한국당의 내분과 붕괴를 노리는 세력도 비열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이번 문제는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로 수사나 재판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조건부 경찰 출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떳떳하다면 수사에 응하면서 문 의장의 사보임 등 원인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면 되는데 소환 통보에 조건을 거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국회 선진화법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로 만들어진 만큼 먼저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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