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부가 자민당 등의 지지를 업고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데도 정치권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당파적 이익에 매몰돼 네탓 공방과 기 싸움만 거듭하니 볼썽사납다. 여야는 9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초당적 국익 외교를 펴기로 뜻을 모으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회 정상화 일정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한 일은 전혀 없다. 국회 차원의 보복 철회 결의안 채택과 의원 방일단 파견 논의는 오간 데 없고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도 제자리걸음이다.
아베 정부와 일본 정치권이 일제히 ‘한국 손보기’에 나선 흔적이 역력한 만큼 초당적 대처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 정치권도 당파적 접근을 자제하고 대외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커진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으로선 이번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과 무책임이 부른 참사’로 규정하고 여권을 압박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베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적전 분열’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보복 대응 예산’까지 감안한 추경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일본에 우리 정치권의 메시지를 전하는 카드로 부족함이 없다. “국익과 민생문제 해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에 걸맞게 추경예산안 심의에 속도를 내 6월 국회가 끝나는 19일 이전에 처리를 매듭지으라는 얘기다.
6조원대의 기존 추경안도 ‘총선용’이라고 반대하며 재해대책과 경기 대응을 나눠 엄밀하게 따지겠다고 공언해 온 한국당은 수용하기 어려울 법하다. 부품ㆍ소재 경쟁력을 높이고 피해업계를 보호한다며 앞뒤 재지 않고 3,000억원을 요구하는 여권 행태에 화도 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늘 해오듯 여야가 기 싸움을 하며 분열상을 노출할 때가 아니다. 추경안 통과가 일본 정치권을 향한 우리 국회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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