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기법 적용해 세 자녀 홈스쿨링 김용성씨 
김용성(왼쪽)씨가 지난 3일 서울 내곡동 자택에서 첫째 아들 김현민(17)군이 만든 종이접기 작품 앞에서 김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조부모의 재력.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몇 년 전부터 회자되는 우스개다. 통념으로 자리 잡은 이 ‘3대 필수조건’에 과감히 반기를 든 아빠가 있다. 자녀 양육은 곧 기업 경영에 가깝다는 지론을 펼치는 김용성(49)씨는 아빠가 기업의 회장처럼 자녀들을 이끌어야 한다며 통념을 뒤집는다.

김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한 엘리트 직장인이었다. 공교육 시스템에서 성공했지만 정작 세 아들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교육하는 홈스쿨링을 6년째 해오고 있다. 김씨는 기업 경영처럼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양육 철학을 담은 책 ‘홈스쿨대디’(소나무 발행)를 지난달 말 출간했다. 최근 서울 내곡동 김씨의 자택에서 그를 만나 ‘아빠가 가정의 제1양육자’가 돼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김씨가 세 아들(17세, 14세, 12세)의 홈스쿨링이라는 ‘기업 경영’에 나선 것은 2014년이다. 발단은 첫째였다. 첫째는 좋아하는 책을 학교 수업시간에 몰래 보다가 종종 지적을 받았고, 재미있는 수업이 정규 수업시간인 50분만에 끝나는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아빠, 학교 다니기 싫어요.” 아이의 선언에 김씨도 여느 부모처럼 처음에는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들이대며 설득했다. 대안학교도 찾아봤다. 그러다 정작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김씨는 “과거에는 퇴근 후에 아이와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었고, 아내가 주로 양육했다”며 “그런데 기업 경영에 비춰보니 자녀 교육의 주체는 부모이고, 학교는 아웃소싱 업체”라고 분석하게 됐다. “아웃소싱할 때 주요 기능은 기업이 하고, 보조 기능만 아웃소싱하거든요.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에요. 가정이 주가 돼야 하고, 학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죠.”

그가 기업의 회장이라면 자녀는 고객이다. 그는 아빠의 역할을 회장의 리더십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회장이 통치하면 회장은 편하지만 고객은 불만이 많아진다”며 “회장이 서비스 제공자가 되면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고, 만족도를 따진다”고 했다. 그는 “통치하면 고객이 다시는 찾질 않지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자주 찾는, 소위 말하는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고객 요구에 맞춰 제품을 팔 듯 자녀의 특성에 맞는 양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경영 비법’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세 아들이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것을 함께 상의하고, 하루 일정과 계획표를 같이 짠다. 예컨대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재능을 어떻게 발전해나가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일본 종이접기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법은 무엇인지 찾는 식이다. 첫째는 종이접기를 체계적으로 배우려고 일본어 시험을 준비하고, 문화센터에서 종이접기 수업도 직접 진행해보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교육은 공교육에서는 하기 힘들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개성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인력의 1%를 건지기 위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추구하는 경영 여건(집에서 자녀를 교육할 여건)이 갖춰진 가정은 극히 드물다. 김씨는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학교를 계속 보냈을 것”이라며 “다만 부모가 아이의 개성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보내는 것과, 좋은 학교만 가면 자녀가 알아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만 해도 노인 인구 대비 청소년 인구가 월등히 많았지만 지금은 청소년 한 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훨씬 많아졌다”며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미래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세 아들을 홈스쿨링으로 양육하는 김용성씨는 3일 “아이들이 아버지의 삶과 경험과 통찰을 단 10%만 물려받아도 몇 년치 고생을 덜하고 수 천 만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그래서 아버지들이 자녀의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업에서 예산을 집행할 때처럼 자녀의 투자대비효과(ROI)를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자녀 양육은 일생에서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자된 프로젝트인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주식을 사면 기업의 온갖 정보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들의 태도, 습관, 공부에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과한 개입은 금물이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과 많이 다를 겁니다. 저의 잣대로 아이의 꿈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되겠지요.”

그의 경영 목표(바라는 자녀상)는 무엇일까. “세 아들이 자신의 신념대로 타협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하고요.”

글ㆍ사진=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홈스쿨대디 
 김용성 지음 
 소나무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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