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 제재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지난 7일 일본으로 떠났다가 12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귀국 바로 다음날인 13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주말에 주요 경영진들을 소집하는 사장단 회의는 지난 6월 1일 미ㆍ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한 이후 한달 반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 오후 삼성전자 한 사업장에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 경영단을 긴급 소집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 경과를 사장단과 공유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급 현황과 사업에 미칠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컨틴전시플랜’(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비상계획)을 가장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수출 우대 혜택을 받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현재 제재 대상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품뿐 아니라 규제 확대 시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사업부문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단기 현안 대체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제재 대상으로 들어가 있는 부품 문제뿐 아니라 TV, 휴대폰 등 제품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다양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현재 수출 제재 대상인 소재는 중국, 대만, 러시아 등으로 거래선을 다변화하면서 국내 소재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일본에 머무는 동안 일본 경제인들과 연쇄회동을 가졌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 시절 만들어진 일본 부품 협력사 오너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조언을 들었고, 일본 3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과도 접촉해 한일 관계 악화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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