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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상 오너나 대주주의 배경 없이 ‘능력 본위’로 임원에 오른 여성은 최근 2년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여성 임원진의 70% 이상은 오너 일가가 차지하고 있어, 기업에서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이른바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무색한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 상장사의 유리천장 수준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5년간(2014~18년) 코스피 상장사 791곳에서 근무한 여성 임원(사내 이사)을 △개인 지배주주(오너) 일가인 경우 △법인 최대주주(사모펀드 등 투자자) 출신인 경우 △능력ㆍ경력을 인정받아 승진 또는 스카우트 된 경우 등 3가지 출신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리천장을 깨고 기업 고위직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세 번째 유형은 지난해 10명, 남녀 전체 임원(2,501명)의 0.4%뿐이었다. 여성 임원 수가 2014년 64명에서 2018년 7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와중에도 이 유형의 임원은 줄곧 10명 안팎에 머물렀고 2016년(13명) 이래로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임자영 KCGS 연구원은 “철저히 업무 능력이나 경력을 인정 받아 사내 승진 또는 외부 스카우트의 형태로 기업 임원 자리에 오른 여성이야말로 유리천장을 깼다고 평가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유형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여성 사내이사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사내이사 성별 비교. 그래픽=신동준 기자

여성 임원 대부분은 유력 주주의 배경이 있는 이들이었다. 지난해 기준 여성 사내이사 77명 중 59명(76.6%)이 오너 일가 출신이었고 사모펀드 등 법인 최대주주 출신(8명)까지 합치면 87%에 이른다. 그 수도 증가 추세여서 오너 일가 출신 임원은 2016년 53명에서 지난해 59명으로, 법인 최대주주 출신은 같은 기간 3명에서 8명으로 각각 늘었다. 기업이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다지만 능력이 우선시되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임 연구원은 “기업 고위직 내 여성 비중을 보여주는 통계의 대다수가 출신이나 배경을 분석 대상에 넣지 않는다”며 “통계가 보여주는 명목상 숫자에 비해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이 훨씬 더 견고하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은 남성 임원의 다수가 능력 본위로 임명되는 현실과 뚜렷이 대비된다. 지난해 남성 임원 2,424명 중 오너 일가 출신은 694명(28.6%)으로, 출신이 같은 여성 임원 비율(76.6%)보다 한참 적었다. 출신을 막론하더라도 여성 임원 수가 남성 임원의 3.2% 수준에 불과한 현실도 여전하다. 임 연구원은 “기업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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