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왼쪽) 최저임금위원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투표결과를 배경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것은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최저임금 인상률(2.75%)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급제동이 걸린 건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되려 고용이 얼어붙었다는 지적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위원장으로서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며 “우리가 가야 할 경제사회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소 속도ㆍ방향조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결정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게 된 건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약 29% 인상했지만, 이것이 가계소득 증가와 빈부격차 완화로 이어졌다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 소득은 월 125만4,700원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가구 내 취업자수가 0.64명(지난해 1분기 0.67명)으로 줄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5.80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81배) 수준이다.

최저임금인상이 실제 고용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업종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고용노동부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에 의뢰해 지난 5월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4월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도소매업(17곳 조사)과 음식숙박업(24곳 조사) 대다수 사업장에서 실제 고용 감소나 근로시간 감소가 관측됐다. 강창희 중앙대 교수는 지난 5월 ‘최저임금 정책토론회’에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08~2017년) 분석결과 최저임금 10% 인상 가정 시 소규모 사업장과 도소매ㆍ제조ㆍ음식숙박업 고용규모가 줄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처럼 지표 악화에 더해 “최저임금을 2, 3%만 더 올려도 700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사약을 내리는 것”(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이라는 등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터져나오면서 정치권도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대통령의 경제 싱크탱크라 불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이제민 부의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인상이)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에 도달한 만큼 정부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가파르게 오른 결과 정부 의도와 반대로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등 사회적 비용만 커졌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철저히 검토하고 기업 고용여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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