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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유은혜와 김현미를 응원한다

입력
2019.07.1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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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링에 오르는 여성과 청년은 높은 확률로 KO패 당한다. 게임의 룰을 ‘나이 든 주류 남성’이 만든 탓이다. 흥행용 선수로 깜짝 영입됐다 버려지는 것, ‘감히 권력을 탐한’ 여성과 청년의 운명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은혜와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는 그 링의 독한 생존자들이다. 두 사람은 청년 시절에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정치를 시작했다. 1987년 평화민주당 홍보 직원으로 시작한 김현미나, 1998년 김근태 후원회 사무국장에서 출발한 유은혜나, 정치 입문 과정으로 치면 ‘흙수저 정치인’이다.

두 사람의 인생 행로는 판박이 같다. 1962년생, 81학번 운동권, 노동 운동 경력, ‘장기 근속’ 정당 부대변인… 2000년대 초 옛 열린우리당을 출입할 때 지켜본 두 사람은 투사였다. 김현미는 불의 투사, 유은혜는 물의 투사. 정치 현장에서 차근차근 단련한 뼈와 근육으로 둘은 무적이 됐다. 제 힘으로 살아남아 금배지를 달았다. 김현미는 3선, 유은혜는 재선 국회의원이다. 둘은 끈끈한 동지다. 지역구도 경기 고양시 일산에 나란히 붙어 있다.

‘유리천장을 깨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는 모임이 있다면, 격파대의 선두에 두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김현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이고, 유은혜는 지난해 부총리가 됐다. “대변인실 왔다 갔다 하던 사람이 무슨.” “나랏일을 콘텐츠도 없이 할 수 있겠어?” 정치의 정점에 다다른 순간, 두 사람은 박수보다 질투를 더 많이 받았다.

한국인들은 ‘교육’과 ‘부동산’에 울고 웃는다. 때로 목숨과 바꾸기도 한다. 교육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은 날카로운 칼날 위를 걷는 자리, 삐끗하면 피를 철철 흘려야 하는 자리다. 한마디로 욕 먹는 자리다. 유은혜와 김현미도 욕을 많이 먹었다. 자립형사립고 폐지, 대학 입시제도 개편, 카풀 서비스 도입, 3기 신도시 후보지 선정 같은, 이해와 이념이 뒤엉킨 난제들을 슈퍼히어로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적어도 ‘무능해서 자격 없다’는 혹평을 듣지는 않았다. ‘구색 맞추기’라는 여성 고위 공직자의 낡은 용도를, ‘여자는 원래 안 된다’는 너절한 말을 허물었다. 실패한 박근혜와 부패한 한명숙이 퇴행시킨 시간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정치는 힘이 세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정치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몸통인 한유총을 굴복시킨 유은혜의 괴력, 어쨌거나 집값을 주저앉힌 김현미의 박력은 정치력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부지런히 현장을 찾았고 소통하려 애썼다. 뭉개기보다 돌파했다. 사다리 아래 칸에서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정치를 쉽게 보고 덤볐다가 두 손 들고 떠난 이른바 고스펙 명망가들을 우리는 숱하게 알고 있다.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99%를 위한 정치인’은 없다. 정치는 절대평가가 성립하는 영역이 아니다. 김현미와 유은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치인인 두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냉엄하고도 결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일 수도, 그 이후의 어느 선거가 될 수도 있다. 둘을 믿고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 구상에 달렸다.

유은혜와 김현미, 김현미와 유은혜. 두 사람이 다시 민심의 선택을 받는다면, 계속 뜨거운 투사로 남아 줬으면 한다. ‘여성 정치’ ‘청년 정치’라는 말의 아픈 무게를 되새겼으면 한다. 싸워도 힘들고 싸우지 않으면 더 힘든 사람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더 강한 투쟁 하세요.” 두 사람이 존경한다는 고(故) 이희호 여사의 당부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선택이 아니라 심판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뼈와 근육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것을 믿는다. 바라건대, 잠시 지더라도 끝내 실패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패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사람의 성공은 우리의 가능성이다.

최문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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