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국회 추천ㆍ회의 공개 등 개편안은 국회서 발목
내년 최저임금이 노사 줄다리기를 반복하다 13일 표결 끝에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됐지만, 심의 과정은 예년처럼 파행을 거듭했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극심한 노사 갈등을 줄이려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은 여야 대립으로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현재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하는 구조다. 지금 체제에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대체로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올해 표결은 노·사·공위원 전원이 참여했는데 사용자안(8,590원)은 15표, 근로자안(8,880원)은 11표, 1명은 기권이었다. 노사가 각각 자신의 안에 투표했다고 보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사용자안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을 시사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는 노사 간 이견차로 아예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저임금제도가 시작된 1988년 이래 지난해까지 공익위원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총 32회 중 17회로 절반을 넘는다.
이처럼 정권의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이 널뛰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당정도 지난 3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내놨다. 정부안은 최임위를 최저임금 심의기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공익위원 7명의 추천권을 정부(3명)와 국회(4명)이 나눠 갖도록 해 정부의 입김을 줄이고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유한국당은 결정기준으로 기업의 지불능력이 고려돼야 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는 등 세부 내용을 둘러싼 여야 시각차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안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민주당의원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야당이 법안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서둘러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공정성 시비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밀실 합의’ ‘깜깜이 심의’ 등의 논란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 속기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회의 속기록을 공개하고 방청을 허용하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강병원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다만 정부는 회의 자체를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노사가 협의해 답을 도출해야 하는데 회의를 공개하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어, 향후 회의록 공개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없으니 결정 때마다 진통이 있는 것”이라며 “적어도 회의록에선 노·사·공 각각의 위원들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는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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