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명함엔 ‘회장’ 대신‘책임대표사원’ 
서울 중구에 있는 삼구아이앤씨 본사 입구. 삼구아이앤씨 제공

작년 매출 1조1,639억원, 직원 수 3만명.

웬만한 대기업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삼구아이앤씨는 국내 1위 인력 아웃소싱(외주) 기업이다. 청소, 시설 관리, 제조, 물류, 음식 생산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업무를 대행한다. 반도체 제조사, 완성차 업체, 항공사, 호텔, 대형마트 등 348개 기업과 1,500여개 사업장이 삼구아이앤씨의 고객사다. 고객사의 80% 이상이 삼구아이앤씨와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30년 넘게 함께한 기업도 여럿이다. 삼구아이앤씨는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1968년 회사를 만든 구자관(75) 창업주의 명함에는 ‘회장’ 대신 ‘책임대표사원’이라는 직위가 박혀있다. 모두가 똑같은 사원인데 책임만은 대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회사 이름인 ‘삼구(三具)’는 사업에 필요한 세 가지 ‘신용, 신뢰, 사람’을 뜻한다.

삼구아이앤씨는 직원 3만명 중 본사에서 근무하는 330여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장 근로자다. 인력 아웃소싱 업체라고 하면 비정규직이 많을 것 같지만 직원의 90%가 정규직이다. 현장 근로자들도 모두 명함이 있다. 구자관 회장은 “아웃소싱 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현장 근로자들의 자부심”이라며 “그들이 사회에서 당당한 전문인으로 존중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관(앞줄 오른쪽)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지난 달 베트남 호치민 롯데 레전드 호텔에서 '맛바오 BPO' 지분 인수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삼구아이앤씨 제공

지금은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구 회장은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다. 학비가 없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는 서울 문래동 방직공장에서 얻어 온 실타래로 청소용품을 만들어 팔다가 더러운 공중 화장실에서 평생의 일을 발견했다. 세제 한 봉지와 솔, 양동이만 들고, 누구도 손대기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를 하겠다고 나선 게 삼구아이앤씨의 출발이다.

삼구아이앤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국내 기업과 대형식당, 빌딩이 해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청결에 신경을 쓰면서 삼구아이앤씨를 찾는 회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삼구아이앤씨는 2000년 이후 사업 영역을 기존 청소에서 시설 관리, 주차 위탁 관리, 실버 복지 서비스, 통합물류 관리, 식ㆍ음료 사업관리, 해외배송 대행, 근로자 파견 등으로 확대했다. 지금은 회사 전체 매출 중 청소, 시설 관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미만이다. 단순한 청소 대행 업체가 아닌 것이다.

구 회장은 “건물관리나 청소와 같은 보조 업무는 아웃소싱 업체가 맡는 게 기업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며 “청소에 쓰이는 약품부터 기술까지 모두 해외 유수 기업에서 도입해 우리만의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웃소싱 산업이 주요 산업을 적절히 뒷받침해야 기업과 국가 경제에 여유가 생기고 활력이 돈다”고 강조했다.

삼구아이앤씨는 2025년까지 국내 5만명, 해외 5만명 등 10만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글로벌 아웃소싱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달 베트남 아웃소싱 업체 ‘맛바오 BPO’의 지분 70%를 인수한 것도 이런 포석이다. 내년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나 DHL, H&M, 페덱스 같은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가진 ‘맛바오’와 우리의 기술력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베트남 진출 기업들에게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원 스톱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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