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무해지ㆍ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 신계약 현황. 김경진 기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無)해지 또는 저(低)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소비자 피해나 보험사의 경영부담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인데, 보험업계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을 당국이 과도하게 간섭하려 든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무ㆍ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상품설계를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재조정의 내용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해지환급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보험료도 올리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ㆍ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이란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때, 해지환급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대신 이 환급금을 다른 고객의 보험금 지불에 사용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싸게 책정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해지환급금을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15년 처음 도입된 이래 이들 상품의 판매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저작권 한국일보]일반 상품과 무해지환급형 상품의 보험료 및 해지환급금 비교(예시). 김경진 기자

하지만 금융당국은 고객이 무ㆍ저해지환급형 상품의 저렴한 보험료만 생각했다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보험상품 판매자가 ‘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하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에서 “보험료 납입 완료시점 이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일반 보험 상품보다 적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며 “소비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상품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접근이 고객의 상품 선택권을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ㆍ저해지환급형 상품이 동일한 보장의 일반 상품과 함께 판매되는데, 소비자로서는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란 얘기다.

금융당국에선 무ㆍ저해지환급형 상품 가입자의 중도 해지율이 반대로 너무 낮을 경우 보험사가 오히려 위험 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친다. 보험사는 무ㆍ저해지 상품의 보험료를 완납한 가입자를 위해 일반 상품과 동일한 수준의 해지환급금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당초 예측보다 중도해지가 적고 완납하는 가입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무ㆍ저해지 상품 자체가 보장성 상품이기 때문에, 완납 후 해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령 보험 판매자가 완납 이후 보장기간이 남은 상품을 해지해 납부금액보다 더 큰 해지환급금을 받거나, 다른 상품에 새로 가입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결국 갖고 있던 보장 혜택을 상실하고 나중에 더 비싼 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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