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 차를 맞이한 K리그1 강원 조재완(24)의 롤모델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에덴 아자르(28)다. K리그 최고의 크랙을 꿈꾸는 그는 170㎝ 중반의 크지 않은 키, 공을 갖고 있을 땐 그 누구보다 무서운 드리블러가 된다는 점에서 아자르와 닮았다.
최근 6경기 무패행진으로 K리그1을 휩쓸고 있는 강원 돌풍의 중심엔 ‘크랙’ 조재완이 있다. 순간 스피드와 발재간을 활용, 수비수를 제치고 골까지 넣는 그의 활약에 팬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김지현(23), 정조국(35)과 함께 공격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팀을 리그 4위까지 올려놓았다. 10일 강원 춘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유튜브로 축구 영상 보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아자르를 너무 좋아해서 꼭 챙겨본다”며 “물론 그에 비할 순 없지만 플레이를 항상 연구하고 배워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조재완이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지난달 23일 K리그1 17라운드 포항전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프로 통산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K리그에서 전무후무한 4골 차 역전승을 견인했다. 그는 “저도 제가 그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웃으면서도 “이전 경기에서 골을 넣어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팀원들 덕분에 좋은 활약을 펼친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조재완은 이후 물오른 경기력으로 이번 시즌 벌써 6개(5골1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출전 7경기 만에 지난해 기록한 공격포인트와 타이를 이뤘다. 2018년 2부리그에서 뛰었던 것까지 고려하면 일취월장의 실력이다. 그는 “시즌 전 목표가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이었다”며 “운이 좋아 벌써 여기까지 왔으니 골을 더 많이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포부를 전했다.
축구 명문 수원공고 출신 조재완은 상지대 시절부터 U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이랜드에 입단해 28경기 6골로 신인으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강원에 합류한 그는 전반기 적응 기간을 거친 뒤 팀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조재완은 “전반기엔 1부리그의 공수 전환 템포가 너무 빨라 적응이 어려웠다”며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느 시점부터 부담을 내려놓고 동료를 믿고 플레이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병수 강원 감독과의 궁합도 찰떡이다. 그 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던 김 감독과 만나 바르셀로나식 ‘병수볼(김 감독의 이름을 딴 강원의 축구)’에 녹아 들었다. 그는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평소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좋아했고 대학 시절 영남대와 경기할 때부터 감독님께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평소 말수가 없는 김 감독이 처음엔 무서웠다는 조재완은 “경기장 밖에선 말 한 마디 없는 감독님이 그라운드 위에선 누구보다 말 많은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로 변한다”며 “초등학교 시절 배웠지만 선수들이 잊고 있는 슈팅과 패스 자세부터, 전술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선수가 발전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대단하신 분”이라고 극찬했다.
그가 전한 현재 강원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고다. 포항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탔다는 것. 시즌 전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었지만, 강원은 이제는 더 높은 목표인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조재완은 “대구처럼 도시민구단으로 ACL에 나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저도 선수로서 그런 큰 무대에서 한 번쯤 뛰고 싶은 게 꿈”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부쩍 늘어난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 멀었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짧은 답을 남겼다. 그럼 역시 현재 강원의 대세는 이광연(20)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재익이 최고다. 역시 얼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춘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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