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5월 샹그릴라대화서 獨관료에게 듣고 거부… 獨 수용 
 美, 명목상 전작권 반환 후‘실질적 통제권 행사’ 의도인 듯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비무장지대(DMZ)최북단 초소인 오울렛 초소를 찾아 유엔군의 설명을 듣고 있다. 파주=류효진 기자

미국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독일 측과 협의해 유엔군사령부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파견하려다 한국 측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대장이 한미연합사령부를 지휘하게 될 경우 미측이 유엔사를 강화해 한국군 통제를 받지 않고 사실상 독자적인 전시 통제권을 쥐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올 5월 31일~6월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독일 국방부 고위 관료가 우리 측 국방부 고위 간부와 실무 협의 도중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보내는 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에 독일 측에 문의한 결과, 미국이 우리 의사를 묻거나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채 독일 측과 얘기해 장교를 보내기로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를 파악한 국방부 고위 간부는 난색을 표명하면서 독일 측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귀국해 청와대에 전말을 알렸다. 통상 우방국이라 하더라도 군 관계자를 파견할 때는 대상 국가에 파견 사실을 알려 암묵적 허가를 받는데, 이번 경우는 미측이 한국과 사전 조율도 없이 독일군을 유엔사에 파견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었던 독일 측도 난감해하며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 들여 연락장교 파견 방침을 철회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무관을 파견할 때 상대국에 사전 통지를 하는 경우가 상례”라며 “통지 없이 군인을 타국에 보내는 건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위를 파악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엄중한 사안으로 판단,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방위비분담금을 올리려고 시도했던 것처럼 해외 파병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엔사에 미군 외 다른 국가의 병력을 끌어들이려 한다거나 향후 일본까지 유엔사에 편입시켜 유사시 미국 자산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종적으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대장이 주한미군을 지휘하게 됐을 때,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전력 자산에 대해 한국군 통제를 받지 않고 사실상 통제권을 가져가기 위한 의도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평시엔 정전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전시에는 한반도에 투입되는 전력제공국 자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유엔사 강화 시도가 본격화할 경우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의 지위와 역할을 둘러싸고 한미가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명목상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고, 미국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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