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9일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 중 8곳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합격점인 70점에 미달해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평가가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정 취소된 학교와 학부모들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8곳 중 6곳은 2014년에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들 학교는 당시 자사고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박근혜 정부가 서울시교육청 결정을 직권 취소해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연이어 기준점에 미달된 것은 자사고 운영에 현격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학교별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정 취소된 대부분 학교는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선행학습 등에서 감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평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 한 지정 취소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자사고들의 소송이 예고된 만큼 최종 결정은 법적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게 됐다. ‘수월성’과 ‘평등성’을 둘러싼 오랜 교육계 논쟁을 사법부에 위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이게 끝이 아니라 내년에도 18개 학교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어 같은 혼란이 재연될 게 뻔하다. 자사고 논란은 자사고가 도입된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결국은 교육 당국이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교육 혁신을 위해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안을 논의해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일부 교육청에선 재지정 평가 대신 법령을 개정해 아예 자사고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이든, 자사고 폐지든 교육부가 직접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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