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의 역사를 새로 쓸 뻔했던 넥슨의 매각이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8일 투자은행(IB)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대표는 공개 매각에 참여했던 후보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공식적으로 매각 철회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 세 번의 연기 끝에 가까스로 마무리된 본입찰에는 사모펀드인 콜버스크래비스로버트(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그리고 국내 게임사 넷마블과 카카오가 참여했다.
이메일에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매각 철회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김 대표가 NXC 지분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지 약 2주 만에 공식 통보를 한 셈이다.
넥슨 매각이 무산된 이유는 최대 15조원으로 추산된 높은 몸값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올해 1월 자신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하고 있는 NXC 지분 98.64%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넥슨재팬과 넥슨코리아 등 NXC 자회사들의 전체 가치는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넷마블과 카카오가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겨우 1조6,159억원, 1조6,334억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넥슨을 인수할 만한 후보자가 없었다는 평가다. 사모펀드의 경우 게임회사로서 넥슨의 장기 발전이라는 매각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 후보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직접 매각 철회 의사를 밝힌 만큼 넥슨 매각 작업이 빠른 시일 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최근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를 1,100억원에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공격적인 M&A 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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