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동영상 보고 너무 놀래… 또 다른 피해자 생기지 않았으면”
경찰 “남편, 3회에 걸쳐 상습폭행” 낚시도구로 아들 학대한 혐의도
6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수 천회 이상 공유된 영상 속 한 장면. 한국인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영상 캡처

“한때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이유로 우범지역 이미지가 있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다.”

8일 낮 12시30분쯤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 인근 원룸촌. 인근에서 만난 한 편의점 주인은 최근 발생한 베트남 이주여성 아내 무차별 폭행사건에 혀를 찼다.

허허벌판이던 이 곳에는 10년전부터 조선업 경기 호황과 함께 대불국가산단에 수백여개 외부업체가 이주하면서 원룸이 여기저기 들어섰다. 최근 조선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내국인 근로자들이 하나 둘씩 떠난 자리에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현재 거주자의 70%인 3,500여명이 외국인이다. 마을 주변에는 베트남어 등 외국어가 섞인 홍보 간판과 식당, 여행사 등이 밀집해 있어 ‘외국인 마을’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오후 베트남 이주 여성인 아내 A(30)씨와 아들(2)을 학대,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B(36)씨는 지난 달 16일부터 아내, 아들과 함께 이 곳에서 생활해왔다.

인근 주민들은 이 곳에서 무차별 폭행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곳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김모(61)씨는 “국내외 근로자를 막론하고 최근 일감이 떨어져 일하는 날이 1주일에 3, 4일 밖에 안 되는 힘들 날을 견디고 있다”며 “서로 어려운 마당에 좀더 상대를 배려하며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원룸에서 사는 베트남 국적의 C씨는 “이번 피해자는 한국에 다시 온지 한 달도 안됐다고 들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한국은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털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아내에 대한 폭행은 3번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3년전 한국에서 처음 만난 B씨는 아내 A씨가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간 뒤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월 베트남을 방문, 친자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베트남에 체류하는 동안 A씨가 다른 남자와 통화를 한 사실에 격분, 한차례 폭행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친자 확인 검사결과 친자식으로 확인되자 B씨는 지난 달 16일 모자를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혼인신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는 아내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9일만인 지난달 25일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인근에 사는 자신의 어머니 집에 다녀오면서 승용차 안에서 A씨가 어머니가 주는 음식물을 가져오지 않자 화를 내면서 “평소에 쓸데없는 돈을 쓴다”며 유리 그릇으로 아내의 머리와 허벅지 등을 수 차례 때려 상해를 입혔다. 경찰은 A씨는 B씨가 주먹을 휘두르는 동작과 폭행할 때마다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용서를 구했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부터 3시간여 동안 자신의 집에서 아내 A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 이상의 상해를 입혔다. 또 낚시도구를 이용해 아이의 발바닥을 여러 차례 때리고 고성을 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당시 폭행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지인을 통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이날 B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며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해명했다.

B씨가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공분을 사고 있다.

영암=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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