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진압당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지난 1일 입법회 청사 점거 사태 이후 첫 주말 대규모 집회가 홍콩을 뒤덮었다. 주말인 7일 범죄인인도법(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23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홍콩의 정치 불안정이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홍콩에 또 다른 불안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환법 반대 진영은 7일 카오룽(九龍) 반도의 침사추이(尖沙嘴)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23만명, 경찰 추산 5만6,000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었다. SCMP에 따르면 일부 과격 시위대 수천 명이 몽콕(旺角) 지역을 점령하고 경찰에 맞서 충돌,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역설적으로 홍콩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혼란 탓에 시민들의 지출 욕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지난 1일 시위대의 입법회 진입으로 1,000만홍콩달러(약 15억1,3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본 데 이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된다면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로 미중 무역 분쟁 탓에 홍콩의 소매 판매는 5월까지 4개월째 감소 추세다. 올해 들어서 1.8%가 줄어들었다. 6월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아나 코우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홍콩 소비자 연구분야 대표는 “6월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의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문구와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폴린 웅은 SCMP에 “7월 1일 이후 하루 수입이 50~70% 선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웅씨는 “입법회 진입 사건 이후 거리에 긴장감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방문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홍콩 방문자는 14.9% 증가했다. 하지만 ‘큰손’으로 꼽히던 중국 본토 출신 관광객들은 이제 소비 대신 디즈니랜드 등 체험 위주로 관광 패턴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슨 총 홍콩상공회의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홍콩달러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홍콩 관광객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본토인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콩 경제는) 전반적으로 암울하다”라며 “정치적 긴장이 계속되거나 더 커지는 경우 소매 판매 분야에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홍콩의 잇따른 시위에 대해 “일국양제 체제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신용등급을 ‘우수’인 Aa2로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의 3%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2.3%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은 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