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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 감독 “아이스하키 발전 노력 물거품… 정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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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 감독 “아이스하키 발전 노력 물거품… 정말 슬프다”

입력
2019.07.08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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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무·하이원 해체 위기 소식에 대표팀 여름 캠프서 울분 쏟아내 

 “평창올림픽 후 환경 개선 기대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 

백지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5일 합동캠프가 차려진 강릉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백지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5일 합동캠프가 차려진 강릉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2014년 고국의 부름을 받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백지선(52) 대표팀 총괄 디렉터 겸 감독은 지난해 11월 특별 귀화로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됐다. 1세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백 감독은 선수 시절 1990년대 초반 동양인 출신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우승컵까지 들어올렸고, 대표팀 감독 부임 후엔 2018년 평창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 톱 디비전)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후에도 한국 아이스하키의 장기적인 발전과 2022 베이징올림픽 출전 티켓 획득이라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를 둘러싼 환경은 백 감독이 생각한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평창올림픽 당시 정부가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상무)의 존속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최근엔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의 해체설까지 돌고 있다. 안 그래도 저변이 약한 아이스하키인데, 백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4개의 성인 팀 가운데 2개 팀이 사라질 상황이다.

5일 저녁 대표팀 여름 캠프가 진행되는 강릉에서 만난 백 감독은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후 거꾸로 가는 한국 아이스하키에 대해 “Sucks”, “Awful”(형편 없고 끔찍하다)이라는 단어를 쓰며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쏟은 막대한 돈과 시간, 에너지, 희생 등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캐나다와 미국 등 아이스하키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는데, 한창 때인 20대 선수가 군 입대로 2년 공백이 생기면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중인 백지선 감독.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인터뷰 중인 백지선 감독.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백 감독은 또한 “올림픽이 끝나면 더 많은 대학 팀, 고등학교 팀, 클럽 팀이 생기고 선수와 코치, 팬들도 늘어날 줄 알았다”며 “한국 아이스하키의 모든 환경이 개선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반대”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이어 “아마도 내 기대가 너무 높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슬프다(Really Sad)”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환경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백 감독은 지난달 24일부터 6일까지 대표팀 후보 선수(20세 이하 대표 후보군) 23명과 20대 초ㆍ중반의 ‘젊은 피’ 16명의 합동 훈련 캠프를 진행했고, 카자흐스탄과 평가전을 5차례 치러 4승1패를 거뒀다. 백 감독은 “지금 현실을 계속 불평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선 감독.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백지선 감독.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번 캠프에서 20세 이하 선수들의 진지한 훈련 자세에 놀라움을 나타냈던 그는 한국말로 “진짜 열심히 (스케이트) 탔어”, “20세 선수들 (밤 늦게까지) 다 운동해. (이런 모습) 처음 봤어”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잇단 팀 해체설로 대표팀 전력이 약화될 수도 있지만 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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