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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붉은 수돗물 사태로 가장 관심 받는 스타트업, 더웨이브톡

입력
2019.07.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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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김영덕 대표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이론 이용해 세계 최초 초소형 수질 오염 탐지기 개발”

경기 판교에 위치한 더웨이브톡은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가장 관심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 업체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탐지기를 수도꼭지나 정수기 등 물이 나오는 곳에 부착해 세균 오염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3일 판교의 더웨이브톡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덕(51) 대표는 “개발이 완료돼 올 하반기에 첫 번째 시제품이 나온다”며 “하반기 중 한국수자원공사에 시제품을 공급해서 1,2개월 시험을 거친 뒤 내년에 제품을 양산해 해외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업체가 만든 탐지기는 레이저와 사물 인터넷(IoT)을 이용한다. 탐지기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물을 통과하며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 등 세균이나 각종 이물질을 탐지해 관련 기관이나 업체에서 즉각 조치를 취하도록 와이파이 등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또 이용자에게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오염 여부를 알려준다.

이렇게 되면 수돗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등에서 이상 징후를 파악해 오염됐을 경우 인천처럼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전에 정수 및 단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붉은 수돗물이 나올 정도면 수돗물의 정수 상태를 법으로 정한 탁도 기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라며 “이미 그 이전부터 오염됐는데 모르고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초로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초소형 수질 오염 탐지기를 개발한 더웨이브톡의 김영덕 대표. 더웨이브톡 제공
세계 최초로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초소형 수질 오염 탐지기를 개발한 더웨이브톡의 김영덕 대표. 더웨이브톡 제공

◇세계 최초로 중력장 이론을 이용한 수질 오염 탐지기 개발

언뜻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물 속에서 세균을 찾아내는 기술은 개발하기 상당히 힘들다. 이유는 박테리아의 구성 성분이 인체처럼 대부분 수분이기 때문. 쉽게 말하면 물이라는 액체 속에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액체를 찾아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인물은 공동 창업자인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 교수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MIT 조인트스쿨에서 기계공학과 의학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이론을 이용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 블랙홀 규명에 중요한 근거가 된 중력장 이론은 질량이 큰 물체가 있으면 강한 중력으로 주변에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를 이용해 물 속에 레이저를 쏴서 물과 다른 질량을 갖고 있는 박테리아가 주변 시공간을 찌그러트리면 레이저가 휘어지고 반대편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파악해 세균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는 탐지기를 개발했다. 레이저가 휘어지고 도달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해 고난도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파악한다. 김 대표는 “아주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어서 원리를 이해해도 제품을 개발하기 힘들다”며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업체는 약 30가지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특허 기술과 더불어 관건은 수도꼭지나 정수기 등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손가락 마디 정도로 작고 가벼우며 10만원대의 저렴한 IoT 탐지기를 만드는 것이다.

더웨이브톡은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국내 3대 정수기 업체, 해외 4대 음료 제조업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국과 일본 가전업체들과 제품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협의가 끝나 정수기에 부착되면 공기 정화기처럼 물의 오염도를 알 수 있다”며 “오염이 일정 기준치를 지나면 인터넷으로 정수기 관리업체에 자동 통보돼 필터 교환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 뿐만이 아니다. 생맥주나 각종 음료,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거 액도 시간이 지나면 오염될 수 있다. 따라서 식음료 업체나 음식점, 학교, 병원 등에서도 이 탐지기를 이용해 물 이외에 음료수와 링거 액 오염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더웨이브톡의 연구원이 수질 오염 탐지기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더웨이브톡 제공
더웨이브톡의 연구원이 수질 오염 탐지기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더웨이브톡 제공

◇ “지구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하는 회사가 목표”

따라서 김 대표는 시장이 그만큼 넓다고 본다. 특히 수돗물 보급에 적극적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에 관심이 많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판매용 생수 대신 이용하도록 공공 식수대(water fountain)를 적극 늘리고 있다”며 “관련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식수대 관리를 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개발한 탐지기를 부착하면 엄격한 식수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식수대나 수돗물 관리가 중요한 것은 오염 상태가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정수처리 기술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지만 20만 ㎞에 이르는 전국의 수도관 노후 상태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저수조의 청결 상태가 문제”라며 “정수장의 깨끗한 물이 낡은 수도관과 저수조를 거치며 달라지기 때문에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상태를 각 가정에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 속에 사는 번식력이 무서운 세균은 치명적이다. 실제로 미국 밀워키와 위스콘신에서는 1993년 4월 7일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40만명이 질병에 감염됐고 그 중 104명이 죽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세균을 인류를 위협하는 10대 위험 중 하나로 꼽고 2050년에 세균 감염으로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래서 전체 직원 23명인 더웨이브톡의 목표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 시발점이 이번에 개발한 수질 오염 탐지기다. 김 대표는 “집집마다 수질 오염 탐지기를 달아 실시간으로 수돗물 오염여부를 파악하는 전국 지도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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