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의 전면에 직접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자 우리 정부는 즉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맞대응을 선언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WTO 규칙에 정합적이다(부합한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며 “국가 간 신뢰 관계로 행해왔던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베 총리가 즉각 전면에 나선 의미는 다양하다. 우선 아베 총리로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이 적어도 이달 말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정치적 카드로 자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신이 직접 나섬으로써 이번 문제가 본질적으로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신뢰 훼손이라는 정무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한 셈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 정무적 사안이 풀리지 않으면 중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본의 조치는 국제적으로나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사고 있다. 보복의 부메랑이 일본 기업에 돌아올 것이라는 비판부터, 트럼프식 경제 제재를 모방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비판을 기꺼이 무릅쓰겠다는 아베 총리의 움직임으로 볼 때 사태의 조기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WTO 제소 문제만 해도 일본으로서는 신뢰 관계에 따른 우대 조치를 수정하는 것일 뿐, 불공정한 규제를 신설한 건 아니라는 입장에서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나온 셈이 됐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유별날 정도로 단호함을 과시해온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WTO 제소는 결코 조속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원론일 뿐이고, 상황을 보며 대처하겠다는 외교부 입장도 막연하기 짝이 없다. 일각에선 일본에 대한 소재 종속을 벗어날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희망사항일 뿐 당장의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민간이든 정부든 가동 채널을 가동해 피해 방지와 사태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나선 만큼, 우리도 청와대 차원의 외교 경색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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