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 대상 후보작으로 본 아시아 건축 트렌드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에 한국 건축가로는 최초로 선정된 조진만 건축가가 설계한 충남 공주시 제민천 인근의 ‘리버사이드 애프스. 조진만건축사사무소 제공

충남 공주시 구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제민천 주변에 무지개 같은 반구형 건축물이 생겼다. 1960~70년대 지어진 주택 담장이 줄지어진, 하천 산책길 옆에 솟은 둥근 건축물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천을 향해 활짝 열린 듯한 모습의 건물 앞에 사람들은 잠시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의 사무공간인 리버사이드 애프스는 제민천 주변 풍경을 변화시켰고, 주민들의 동선을 바꿔놨다. 고대 기독교 건축물 제단의 반원형 벽면(Apse)을 닮은 이 건축물은 조진만(44) 건축가가 2017년 설계했다. 건물은 올해 아시아건축가협회에서 수여하는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 대상 후보로 선정됐다. 이 상의 후보에 오른 한국 건축가는 조 건축가가 처음이다. 조 건축가는 “기존 산책로는 통행하기 위한 것이지 머무르는 곳이 아니었다”며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에 쉼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건축계의 키워드는 ‘자연’과 ‘공공(公共)’이다. 이번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 대상 후보에 오른 9개 작품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후보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에 있는 주택, 야영지, 요양원, 호텔 등 다양한 시설들이 포함됐다. 2014년 제정된 상은 45세 이하 아시아 건축가를 대상으로 지역적인 맥락 안에서 특수성과 장소성, 시대성을 고려해 건축물 설계를 한 건축가에게 준다. 아시아건축가협회는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지리적 자연환경을 감안한 미학적인 공간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에 선정된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롤리 청소년 캠프 사이트.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대표적인 작품은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롤리 청소년 캠프 사이트(남중국공과대 설계팀)다. 폐교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개사한 초등학교를 주축으로 얇고 가벼운 대나무와 방수천으로 만든 야영지가 마을 어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온화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방수와 환기가 잘되는 대나무를 사용했다. 협회는 “풍경을 해치지 않고 청소년들이 야외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인 동시에 인근 마을 주민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에 선정된 일본 야마나시현의 도라노코 요양원.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에 선정된 일본 도쿄 사이타마시 사원.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일본 야마나시현의 도라노코 요양원(다카시게 야마시타 건축사사무소)도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공공성을 살렸다. 마치 커다란 천이 바람에 날리는 듯 보이는 지붕은 과거 주민들이 한데 모여 쉬곤 했던 큰 나무 그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높고 넓은 지붕 아래에 요양원뿐 아니라 보육시설과 휴게시설 등 다양한 공공 기능을 지닌 공간으로 설계했다. 일본 도쿄 사이타마시의 사원(퍼시먼힐스건축사사무소)은 주택이 새로 생기면서 고립됐던 사원의 공공적 기능을 되살렸다. 벽을 허물고 문을 만들어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내부 천장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수행했던 부처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 기둥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 올렸다.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 서남부 수카부미시 수카산타이 팜스테이.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을 수상한 태국 남부 래콘 논바이 호텔.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인도네시아 서남부 수카부미시 해발 1,000m 산 중턱에 있는 수카산타이 팜스테이(고이건축사사무소)도 강우량이 많고 안개가 잘 생기는 기후 특성을 반영해 낮고 긴 처마가 달린 지붕을 층층이 연결했다. 지붕에서 쏟아진 빗물은 농장으로 흘러 들어 작물 재배에 사용된다. 5층짜리 호텔을 리모델링한, 태국 남부 나콘시탐마랏 중심부 래콘 논바이 호텔(준세키노건축사사무소)도 둥근 철골을 외관에 둘러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얇고 긴 철골 사이로 빛을 끌어들이고 환기 효과도 높였다.

지역적 특성을 살려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2019 떠오르는 아시아건축가상’ 수상작인 일본 오키나와 주택(왼쪽부터), 도쿄의 도어 하우스, 베트남 꽝응아이 빨간 지붕. 아시아건축가협회 제공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개인 주택들도 후보에 올랐다. 콘크리트 기둥 위에 두껍고 긴 지붕을 올린, 일본 남쪽 섬 오키나와의 다마구스쿠 주택(코치건축스튜디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하면서 동시에 바람이 관통할 수 있게 설계한 작품이다. 일본 도쿄 도심 입구가 좁은 자루형 모양의 대지에 들어선 도어 하우스는 한쪽 벽면을 유리문을 단 테라스를 내어 채광과 환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베트남 남부 꽝응아이의 주택 빨간 지붕은 현지 재료인 붉은 테라로사 흙으로 지은 주택 위에 텃밭을 만들었다. 지붕 텃밭은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실내온도를 평균 8도 가량 낮춰준다. 협회는 “급속한 도시화로 전통 가옥의 형태가 사라지는 베트남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대안적 주거공간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들 9개 후보 중 대상은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발표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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