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판문점 회동 사실상의 ‘종전선언’
트럼프, 군사분계선 오가며 ‘신뢰’ 보여 줘
북한의 전향적ㆍ구체적 협상 태도가 관건
남북미 3국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였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공공연히 대미 불신을 표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회동’ 제안과 군사분계선 월경은 북한을 향한 신뢰 메시지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통해 화답할 차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간 판문점 3자 회동은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70년 적대국인 북미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것은 미국이 북한의 현 체제를 인정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될 만하다. 북한은 그간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이에 따른 체제 불안을 가장 우려해 왔고 이는 비핵화 협상이나 개혁ㆍ개방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판문점 회동에서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시간이나마 북한 땅을 밟은 것은 더 이상 무력에 의한 체제 전복은 없을 것임을 전 세계에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판문점 회동의 모양새도 한미 정상이 김 위원장을 배려한 정황이 뚜렷하다. 지난 2월 말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의 협상 실무진을 비난하면서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해 왔지만 미국은 ‘빅딜’론을 유지하면서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틈을 주지 않았다. 북한은 북미 간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 회동의 큰 판은 문 대통령이 짰고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수 있지만 북미 담판을 부각시키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헤아린 판문점 회동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달 중순이면 북미 간 실무협상이 공식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사실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간 기존 입장 차이가 좁혀진 건 없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든 아니면 양쪽 모두든 반발짝이라도 상대에 공간을 내줘야 한다. 이 점에서 보면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미국은 이미 ‘단계적ㆍ병행적 해법’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기존 ‘빅딜론’에서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도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세우고 로드맵에 따라 주고받기 협상이 가능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간 이를 주저하게 했던 신뢰와 체제 안전 문제는 이번에 일정 부분 해소된 것 아닌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실질적 입구가 되면 비로소 대북제재 완화도 가능할 것이란 문 대통령의 제안을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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