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360도 영상을 실시간 공유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KT가 이번에는 고화질 가상현실(VR) 기기와 450여편의 VR 특화 콘텐츠를 묶은 월 정액 서비스를 내놨다. 통신사업자인 KT가 카메라, VR 기기 등 하드웨어 판매까지 나선 것이다. 그 동안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벌어가는 돈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월 요금에 제한됐다. 오히려 이를 훨씬 뛰어넘는 부가 수익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져갔다.
올해는 5세대(G) 통신이 상용화했고 대용량의 VR, 360도 영상 등 이른바 ‘실감형 미디어’가 ‘킬러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전환기에 발맞춰 KT는 실감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기존의 네트워크 공급자 역할을 넘어 실감 미디어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KT는 초고화질 실감 미디어 서비스 ‘슈퍼VR’를 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슈퍼VR 요금은 월 8,800원이지만, 시청을 위해선 VR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VR 기기와 6개월 이용권을 묶어 45만원에 판매한다. 7개월째부터 월 8,800원을 내면 된다. VR 기기는 중국 제조사 피코의 ‘G2’이며, 이전 모델의 화소 616ppi(인치당 픽셀수)보다 높은 818ppi를 지원해 더 생생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슈퍼VR에는 게임과 영화, 스포츠, 다큐 등 450여편의 콘텐츠가 들어가 있는데, 매달 게임 2종, 최신 영화 10편 등 꾸준히 새 콘텐츠가 추가된다. 시청자 선택에 따라 줄거리가 바뀌어 다양한 결말로 이어지는 ‘멀티엔딩 VR’도 곧 선보인다. 구독형 상품답게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실감 미디어 시장에는 페이스북, HTC,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해 시장 확대 수준이 더디고 주로 게임 중심이란 점도 한계다.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 상무는 “아직 플랫폼들이 폐쇄적이라 콘텐츠 파편화로 시장 성장이 더디다”며 “이 때문에 개발자와 수급자 모두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승부를 건다. 누구나 쉽게 자신들의 VR 콘텐츠를 슈퍼VR에 올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청 건수, 시간 등에 따라 KT가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을 분배한다. 이미 네이버(카테코리 아이돌), 한국관광공사(관광 명소), 스마일게이트(게임) 등 다양한 기업들이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고, 중소 개발자들에게도 열려 있다.
김 상무는 “장기적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라며 “지금도 다양한 해외 사업자들과 활발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탄탄히 한 후 해외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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