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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불치병'은 옛말, 급성 환자도 최대 80% 완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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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불치병'은 옛말, 급성 환자도 최대 80% 완치율

입력
2019.07.02 06: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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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넘는 환자도 적극 치료해야…신약 속속 개발

엄지은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그림 1엄지은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백혈병이 비록 힘들고 치료를 오래해야 하는 난치 질환이지만 의료진을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백혈병은 걸리면 죽는 병’이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됐다. 다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하고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급성 및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2003년 1,070명에서 2011년 1,311명으로 늘었고, 만성 골수성 백혈병도 2003년 322명에서 2011년에는 478명으로 증가했다.

‘혈액질환 치료 전문가’ 엄지은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났다. 엄 교수는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 불치병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환자나 심한 충격을 받는다”며 “비록 힘들고 긴 치료를 해야 하지만 치료를 잘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혈병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나.

“백혈병은 혈액세포 중 백혈구 계통에 생기는 암으로,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과도하게 증식해 정상 백혈구뿐만 아니라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의 생성을 억제한다. 악화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암세포 발생 계열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급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성인에게는 골수성 백혈병이 80%나 된다. 어린이에게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많이 발병한다. 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치료 과정이 힘들어 병 진단을 받아도 적지 않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다.

성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골수성 백혈병은 원인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항암치료를 받았거나, 방사선 치료 특히 골수세포가 많이 있는 골반 쪽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벤젠 등 독성 물질에 노출되면 골수성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대부분 발열, 급격한 체중 감소, 야간 발한 등으로 병원을 찾다가 병을 발견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가 혈액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무기력감, 운동 시 호흡 곤란, 어지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혈소판이 줄어 자주 코피가 나고 멍이 들기도 한다. 또한 정상 백혈구가 부족해 발열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많이 발견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조혈모세포 이식밖에 치료법이 없다 2000년대 초반 글리벡 개발 후 장기 생존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치료율이 높다. 1세대 약인 글리벡 이후 2세대 약(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과 3세대 약(아이클루시그)이 개발되면서 같은 나이의 건강한 일반인의 기대 수명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고용량 항암치료로 백혈병 세포를 없앤 뒤 혈액 수치가 회복돼 골수와 혈액검사에서 백혈병이 발견되지 않는 관해(寬解·remission)를 유도한다. 완전 관해(항암제 치료 후 모든 검사에서 종양이 완전히 소실)에 도달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고항암화학요법(consolidation chemotherapy)이나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조혈모세포이식도 마취한 뒤 골수에서 직접 채취했던 방식에서 말초혈액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채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기증자에게 신체적 부담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말초혈액 외에도 제대혈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도 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중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받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완치율은 중등도 위험군에서 60~70%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도 50~55%나 된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위험해 고령이거나 장기 기능이 좋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DNA 메틸레이션(methylation)을 억제하는 약(데시타딘, 아자시티딘)으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 환자의 생존기간도 늘어났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M3’로 불렸던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은 종양 유전자(PML-RARa)를 발견해 치료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심각한 출혈로 초기 사망률이 높아 가장 위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알려졌지만, PML-RARa 종양 유전자 및 약(all-trans retinoic acid)의 조기 투여로 치료 성적이 가장 좋아졌다. 이 때문에 1차 완전 관해에 도달하면 항암 치료만으로 70~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의학 발달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개별 위험도에 따라 치료원칙이 세분화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새로운 표적치료제를 승인하고 있다. 예컨대 FLT3 돌연변이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일반 고용량 관해 유도 항암요법에다 경구약(미도스타우린)을 병용 투여하면 치료성적이 좋아진다. 국내에도 곧 도입될 전망이다.”

-백혈병 환우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면 약을 먹으면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환자가 많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도 치료가 힘들고 오래 입원해야 하지만 완치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에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치료 과정으로 인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도 상당하다. 특히 치료 특성상 휴직을 하게 되고, 장기간의 입원 치료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 담당 의료진이나 병원 사회사업팀에 조언을 구하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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