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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제2의 실리콘밸리, 성공적인 혁신클러스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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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제2의 실리콘밸리, 성공적인 혁신클러스터를 위해

입력
2019.07.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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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산업혁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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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의 산실은 미국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포드대, UC버클리대를 비롯해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보유한 대학들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벤처캐피털 투자금이 집중되는 곳이다. 기업가들이 우수 인력과 자금으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다.

이를 모델로 우리 정부도 한 지역 안에 기업, 연구소, 대학, 기업지원기관, 금융기관 등으로 상호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혁신클러스터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는 특정 산업분야 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산업단지, 산업클러스터와는 다른 개념이다. 다수 기업들을 단순 집적해놓은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혁신클러스터다.

현 정부는 지역별 국가혁신클러스터(국가혁신융복합단지)를 지정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기존의 산업ㆍ혁신거점들을 연계해 지역의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구심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거점 육성과 산업 집적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 프로젝트 등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4,650억원을 지원하고, 정부의 5대 규제혁신제도 중 하나인 ‘지역혁신성장특구’ 제도를 국가혁신융복합단지에 적용해 규제 샌드박스로 활용키로 했다. 또한 대출금리 우대, 시설자금 융자 비율 확대, 사업화 자금 저리융자 지원 등 융복합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넓히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세제 우대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지역경제는 아직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혁신 역량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성+저널’은 세계 각국의 혁신클러스터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혁신클러스터의 원조 실리콘밸리, 선순환 고리 이어가

1940년대 말 프레드릭 터먼 스탠포드대 공대 교수는 대학 땅에 스탠포드 산업단지를 조성해 싼 가격으로 기업들을 유치했다.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 사업부와 휴렛패커드 정도만 있었던 과수원 지역에 진공관을 대체할 트랜지스터연구소가 들어서고, 이는 반도체 연구소 및 공장들이 들어서는 토대가 됐다.

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반도체 사업을 점차 세분화 해 본격적인 벤처 투자시대가 열렸다. 초기 벤처투자는 기술기업뿐 아니라 차세대 산업 육성을 목표로 생명공학 부문에도 관심을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명과학기술기업 ‘제넨텍(Genentech)’이 시기에 벤처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이처럼 대학-기업-금융으로 이어지는 효율적인 생태계 구축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스탠포드대, UC버클리, 산호세주립대 등 세계적인 대학들에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창업 친화적인 문화를 기반으로 산ㆍ학 간 긴밀한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에 있어서는 수많은 벤처캐피탈이 존재하고, 세계의 각종 자본들이 유입되면서 매우 우수한 자금 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젤투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본도 늘었다. 2017년 5월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됐고, 중국 ‘신세대 기술 펀드’(150억 달러) 등 관련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생태계 조성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미국 상장기업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또 이들은 미국 전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자본 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액은 2007년 13%에서 2017년 18%로 늘었다. 오랜 경기 침체에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R&D 투자를 늘리면서 미래 신기술을 준비해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 사이언스 파크

중국 베이징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단지 중관춘(中關村)은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를 합친 면적(75㎢)에 연간 매출 1억 위안 이상의 기업 2,500여개를 포함, 기업 2만여 개, 스타트업 5,000여개가 모여 있다.

80년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상임연구원이었던 천춘셴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학을 다녀온 뒤 ‘응용기술 서비스 중심’이라는 벤처기업을 세운 것이 출발점이 됐다. 중국 정부는 88년 중관춘을 최초의 국가첨단산업개발구로 지정했으며, 이후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모바일 네트워크 산업클러스터로 성장하고 있다.

중관춘은 실리콘밸리와 같이 지역 내 우수 인프라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세계적인 대학을 비롯해 40여개 대학과 연계해 우수 인력 공급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200여개 국가과학연구소, 122개 실험실ㆍ연구센터 등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과학기술원, 유학생 창업단지 같은 창업 관련 시설이 통합돼 창업과 관련한 기금 조성, 해외 진출 지원 등 창업을 위한 각종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중관춘에서 창업해 전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230개(2013년 말 기준)이고 이들의 시가총액은 2조523억 위안(한화 약 345조원)이다.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총 매출은 2조5,025억 위안(2012년 기준ㆍ한화 약 420조원)에 달한다. 중관춘관리위원회는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매출이 2020년 10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프로젝트 수행에 최적화된 프랑스 제노폴

파리에서 남쪽으로 30㎞ 떨어진 도시 에브리에는 98년 프랑스 정부의 인간게놈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공식 출범한 바이오 클러스터 ‘제노폴(Genopole)’이 자리하고 있다. 제노폴은 유전자를 비롯,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라는 최근 흐름에 따라 제노폴은 정부로부터 향후 2년간 수천 개 규모의 게놈 시험기 운용 임무를 맡아 개인 맞춤형 의료에 대한 국가적 실행을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라는 평가에 걸맞게 제노폴은 바이오 산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주체가 어우러져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생명과학 전문대학인 ‘에브리-에손느’ 캠퍼스를 중심으로 40여개 연구소와 기업들이 자리를 잡았다. 대표적 연구소로는 국립 제노스코프, 국립과학연구센터 산하 연구소, 뇌신경 유전자 전문 연구소인 ‘인세름’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담당하는 공공 및 민간 금융기관, 병원 등이 밀집해 기업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혁신을 창출한다.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만큼 지원자금 대부분은 중앙정부, 일 드 프랑스(파리를 둘러싼 지방정부), 지방의회, 에손주의회에서 지원을 받는다. 이런 지속적인 지원은 높은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공익단체와 부동산 자산 개발을 담당하는 준 국영기업으로 구성된 두 개의 보완체가 제노폴의 성장을 돕고 있다.

◇미국, 중국, 프랑스 혁신클러스터의 교훈

혁신클러스터는 한 지역에 혁신 주체를 집적시킨다는 하드웨어적 특성도 중요하지만 클러스터 내 주체들이 상호작용을 얼마나 잘 해서 혁신을 창출해내느냐 하는 ‘혁신 시스템’이 관건이다. 혁신 주체들이 모여만 있다고 혁신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주체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혁신을 창출해낼 수 있도록 촉진 전략과 정책을 잘 집행해야 한다.

혁신클러스터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금 조달 환경이다. 위에서 살펴본 중국 중관춘, 프랑스 제노폴은 정부 주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민간 주도형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자금 조달 환경이 매우 우수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혁신 네트워크 속에서 우수 기술 개발과 이전을 활성화하고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역할도 혁신클러스터 성공에 빼놓을 수 없다. 대학이 배출하는 우수 인력과 기술은 기업의 혁신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문화의 확산 또한 대학이 담당할 중요한 요소다.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도 긴밀한 산학협력을 유도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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