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합의번복에 우여곡절 국회정상화

 정치부 카톡방담- 우여곡절 국회정상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니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합의번복 등의 우여곡절 끝에 28일 국회가 사실상 정상화됐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원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기한을 8월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정치권이 뒤늦게 민심의 따가운 시선에 응답한 모양새다. 이는 여야가 ‘식물국회’를 방치한지 84일만의 일이다. 앞서 지난 24일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한 3당 원내대표간 합의를 2시간만에 무산시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진바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물러섰고 한국당은 비록 재해우선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나서기로 했으나, 한국당 강경파에게 막혔다. 이번에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는 했지만 향후 국회 일정을 보면 충돌 지점이 수두룩해 조만간 또다시 ‘동물국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여야 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여야가 금요일 오후 극적으로 국회일정 정상화에 합의한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한국당이 사생결단 각오로 저지하려는 선거법 개정안을 다루는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갈아치우는 ‘원포인트’ 여야 합의안 내용에 적잖은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을 막으려 장기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이 국회로 회군할 명분으로도 제법 괜찮았고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눠 갖고, 소위원장을 교차해 맡는 식으로 합의해 한국당이 특위마다 제동을 걸 장치도 마련됐죠.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나경원 원내대표의 협상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도 당내 반발을 잠재운 요인입니다. 24일 합의안 추인 불발은 황 대표가 탐탁지 않아한 데 따른 후폭풍인 면도 있었죠.

[저작권 한국일보]국회파행부터 정상화 합의까지 정치권 움직임/ 송정근 기자/2019-06-28(한국일보)

파랑은 동색(파랑)=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대한 따가운 눈총을 느꼈을테고요. 한국당은 국회정상화 합의안 번복, 여성정치참여 독려행사에서 엉덩이춤 논란 등 잇따른 자책골로 스스로 코너에 몰리면서 위기감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80일간 일을 안하고 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더이상 놀거리도 없어 국회에 등원하는 것 같다는 조소마저 나옵니다.

불나방=24일한국당의 합의번복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민주당 측은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합의 서명은 국회운영에 있어 국회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는데.

정론관 마이크=정치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성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합의정신이 지켜지지 않으면 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당의 합의 위반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15일 선거제 개편을 함께 논의한다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도 지키지 않고 깬 적이 있었죠. 선거제 개편 이야기가 나올 때면 여야 4당은 이를 언급하며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을 비판합니다. 여야 합의가 자꾸 깨지면 정치의 신뢰도 낮아져 대화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어요.

불나방=자신이 서명한 합의문을 한차례도추인받지 못했던 나 원내대표의 정치적인 타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28일 원포인트 본회의 타결로 회복이 된건가요.

한강공원 피크닉(피크닉)=당시 의총장 반응은 험악했다고 합니다. 사실 수도권 의원들 입장에선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마음도 컸는데 입을 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추인을 전제로 한 합의였다고는 하지만 이미 언론 발표까지 하고 난 뒤 의총에서 보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불만도 쏟아졌다고 합니다.

동색=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입장에선 패스트트랙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기 전 한국당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했어야 하고,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추인 부결이란 망신을 당하기 전에 미리 내부 정리를 끝냈어야 했죠. 합의위반을 따지기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아마추어 정치가 더 기가 찰 노릇입니다. 물론 더 체면을 구긴 건 3당 합의안 작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정작 당내에서 무참히 난타당한 나 원내대표라고 할 수 있겠죠.

꺼진불도 다시보자=원내대표 리더십의 원동력은 의원들 지지예요. 의원들이 힘을 실어줘야 제대로 일할 수 있죠. 당대표와 달리 오로지 현역 의원들 투표로만 선출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의원들이 공개 비토했다는 건 큰 타격이지요. 나 원내대표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의총을 열어서 의원들에게 모든 걸 지도부에 일임해달라는 약속을 받았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그래도 28일 의총에선 새로운 합의안을 추인 받고 국회가 반쪽이 아닌 완전한 정상화로 가게 된 만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국회 3당 원내대표 합의문 발표12]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합의문 발표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한국경제신문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 오대근기자 /2019-06-24(한국일보)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어떤 식으로 합의를 해오든 일부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어요. 만약 또다시 국회 정상화 합의가 불발됐다면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수도권 의원 등이 목소리를 냈겠죠. 그런데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원내대표 당선 때부터 자신의 지지세력이나 다름 없었던 대구ㆍ경북 중심의 친박계가 한목소리로 “추인 불가”를 외친 게 결정타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불나방=국회운영을 보면 과거 군사정권 때나 이후 민주화진영이 정권을 잡았을 때나 별반 다르지 않아요. 정파를 불문하고 항상 여당은 “싸우더라도 원내에서 싸우면서 할 일을 하라”고 야당을 욕하고, 정작 야당이 되면 “들어가면 우리가 불리하다. 장외투쟁으로 저항해야 여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이죠.

찍고=패스트트랙 국면에선 장외 투쟁이 한국당의 불가피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인영 원내대표 선출 등을 계기로 경색된 국면이 풀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특위 연장, 경제청문회 개최 등을 둘러싸고 합의가 매번 불발되면서 한국당이 국회에 들어갈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아요. 최근 한국당의 조건없는 등원을 주장한 한 의원은 그러더군요. “나 원내대표가 우리의 목소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파행이 길어지면 나 원내대표 불신임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요.

불나방=집권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파랑=민주당 분위기는 오묘합니다. 경제상황 악화, 북한 목선 노크 귀순, 자사고 재지정 논란 등 야당의 질타를 받을 사안이 산적한데도 한국당이 계속 자책골을 넣어 대니 위기국면을 겨우 돌파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한국당이 80일간 국회 등원을 거부해, 민주당은 일찌감치 총선 체제로 넘어간 모습입니다. 김해신공항 사업 재검토, 최저임금 인상 공약 포기 등 선거표를 의식한 정책뒤집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 안하는 야당과 빠른 총선체제 전환이 여당 원내지도부에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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