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대신 사실상 국정 운영… 여성 운전 허용 등 성과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의혹에 국제사회 파문, 개혁 의구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6일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살만(34)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현시점에서 지구촌의 각국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인물로 꼽힌다. 30대의 젊은 나이로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개혁ㆍ개방의 상징’인 동시에, 반대 세력에 대해선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는 ‘잔혹한 독재자’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차기 왕위계승자에 내정된 무함마드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다. 부친인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명목상으로는 사우디 권력 서열 1위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미 국정 운영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며 실권자로 올라섰다. 특히 사회ㆍ경제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사우디의 현대화를 이끌고 있다. 왕세자 취임 1년 전, 사우디의 구습을 타파하고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발표한 ‘비전 2030’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지분 5%를 매각, 최대 2조5,00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국부 펀드를 조성하고 도시 개발, 광업ㆍ군수산업 등에 투자해 경제 개발을 달성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다만 아람코 지분 매각은 기업가치 산정 등의 문제로 인해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비전 2030’의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성의 운전 허용(2017년 9월), 35년 만의 영화관 운영 허용(지난해 4월) 등 실질적인 사회 개혁이 단행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자국 정보 요원들에 의해 암살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그의 행보에는 짙은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여권 신장 움직임과는 달리 지난해 5월 자국 여성인권운동가들을 무더기로 체포하는가 하면, “부패 척결 없이는 경제 개혁도 없다”면서 대대적으로 벌인 반(反)부패 수사도 결국 ‘반대파 숙청’과 ‘1인 지배 체제 확립’으로 귀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왕세자의 개혁이 ‘온건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추구했던 것인지, 잠재적 경쟁자의 무력화를 통한 권력 강화를 의도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에 의구심을 떨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있다.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평소 “무함마드 왕세자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해 왔던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자국 정보요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암살 배후’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지만, 이 사건을 조사한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특별조사관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사우디 왕세자를 조사해야 한다. 그가 카슈끄지 암살에 개입했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경호원 출신인 사우디 암살단 멤버 한 명이 사건 당일, 왕세자의 측근과 19차례나 통화하고 카슈끄지 살해 직후엔 “임무 수행을 마쳤다. 당신의 보스에게 말하라”고 언급한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그럼에도 사우디 왕실과 왕세자 본인은 ‘꼬리 자르기’의 모습만 보이고 있을 뿐, 이 사건 연루 의혹을 명쾌하게 반박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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