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자마라톤 한국기록 보유자 김도연과 서울체고 유망주 지희원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5월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체육고등학교 여자마라톤 한국 신기록 보유자 김도연 선수와 서울체육고등학교 지희원 선수 인터뷰. 홍윤기 인턴기자

“언니가 아직 인스타그램 ‘맞팔’을 안 해줬어요.”(지희원) “정말? 몰랐네. 지금 바로 할게.”(김도연)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만남이라기 보다 친한 언니, 동생의 수다 같았다. 서울 송파구 서울체고에서 만난 중ㆍ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김도연(26ㆍSH공사)과 지희원(15ㆍ서울체고)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둘만의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도연은 마라톤과 5,000m 한국기록을 모두 보유한 한국 여자 장거리의 간판이다. 어린 선수들의 우상이기도 한 그는 2017년 디스턴스챌린지 4차대회 5,000m에서 15분34초17초로 한국기록을 세울 정도로 뛰어난 5,000m와 1만m 전문 선수였다. 하지만 이 기록으론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마라톤에 뛰어들었다. 종목을 전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로 골인해 21년 동안 깨지지 않던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를 31초나 앞당긴 기록이었다. 김도연은 “마라톤을 시작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면서도 “한국기록을 깨기 전까지는 부담이 없었지만 이후 주목도 많이 받고 기대도 늘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고 털어놨다.

김도연의 이야기를 듣던 지희원은 “그래도 언니는 잘할 것”이라며 “언니가 부상 중일 때 러닝 훈련을 못하니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까지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끄러운 듯 얼굴이 발그레해진 지희원은 “평소 언니의 대회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며 “인스타그램도 자주 들어가는데 얼마 전에 올라온 광고 영상은 특히 멋졌다“고 고백했다.

사실 지희원도 김도연에게 지지 않는 촉망 받는 장거리 유망주다. 중학생 때부터 이미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지희원은 중3이었던 지난해 5월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중등부 1,500m와 3,000m를 제패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첫 대회였던 3월 코오롱구간마라톤부터 2번 주자로 나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2주 전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5,000m에선 18분33초83로 전체 4위에 올랐다. 고1으로선 놀라운 성적이다. 지희원은 “나중엔 언니처럼 마라톤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지난 달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체육고등학교 여자마라톤 한국 신기록 보유자 김도연 선수와 서울체육고등학교 지희원 선수 인터뷰. 홍윤기 인턴기자

작은 체구에도 뛰어난 지구력으로 승부하는 점이 닮은 두 사람은 현재 서울체고에서 함께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도연이 지난해 12월부터 고등학교 은사인 장동영 감독에게 지도를 부탁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함께 훈련해도 지희원에게 김도연은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지희원은 “훈련하는데 방해될까 말을 걸지 못했다“며 아쉬워했지만 김도연은 후배의 달리기를 항상 눈 여겨 보고 있었다. 김도연은 “희원이는 드라이브도 부드럽고 가볍게 통통 튀는 주행이 장점”이라며 “이미 좋은 기량을 가졌기 때문에 힘과 체격을 더 기르면 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선배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지희원은 숨겨왔던 고민을 털어놨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고된 훈련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시작으로 저녁까지 계속되는 훈련은 열다섯 살 소녀가 버텨내기엔 쉽지 않다. 지희원은 “달리기가 너무 좋다. 하면 할수록 실력이나 기록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고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받는다”면서도 “너무 힘들어서 가끔 밤에 울기도 했다. 주말마다 떡볶이를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언니는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도연은 “그때는 나도 진짜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어릴 때 기초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도 고등학생 시절 훈련이 성장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식으로 훈련해 나간다면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라며 “좋은 감독님과 환경을 만난 만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힘들면 같이 떡볶이를 먹자”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공통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출전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라톤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6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김도연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도쿄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는 “일단 하반기에 10km 한국기록을 깨고 싶다”며 “마라톤은 내년 3월까지 도쿄 올림픽 기준기록을 넘고 본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빨리 골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희원도 결심에 찬 듯 “아직 부족하지만 전국체전 5,000m와 1만m 2관왕을 하고 싶다”며 “나중엔 언니처럼 꼭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체육고등학교 여자마라톤 한국 신기록 보유자 김도연 선수와 서울체육고등학교 지희원 선수 인터뷰. 홍윤기 인턴기자

이날 두 사람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뜨거운 날씨에도 트랙은 나란히 달리며 꿈을 향한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장거리의 매력을 “타고 나는 것이 큰 단거리 종목과 달리 땀과 훈련으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 이들은 그 말처럼 이날도 트랙을 질주하며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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