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폭언ㆍ폭행 민원 해결 안간힘

비상실 설치, 직원 안전 모의훈련까지

25일 증평군청 민원실에서 진행된 민원실 비상상황 발생 모의훈련에서 폭언을 하는 민원인을 출동한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증평군 제공

충북 청주시 A구청 민원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요즘 거칠게 말을 뱉는 민원인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지난달 여권 발급 차 민원실을 찾은 중년 남성으로부터 폭언을 당한 이후로 생긴 증상이다. 당시 이 남성은 사진이 규정에 맞지 않는데도 여권을 만들어달라고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B씨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민원인 때문에 직원들이나 다른 민원인이 공포에 떠는 일이 적잖이 벌어진다. 민원실 안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행이 끊이질 않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원실 안전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도사건 예방을 위해 은행에나 있는 비상벨이 민원실에 설치되고 모의 훈련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증평군은 25일 군청 민원실에서 폭언ㆍ폭행 민원을 가상한 비상상황 발생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30여분 동안 진행한 훈련은 악성 민원인 폭언 녹음 및 제지, 비상벨 호출, 피해 공무원 보호, 일반 민원인 대피, 악성 민원인 제압 및 경찰 인계 순으로 진행됐다. 악성 민원인 역은 인근 마을 이장이 맡았으며, 경찰도 참가해 연행 장면을 시연했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일부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많은 공무원과 선량한 다른 민원인이 고통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이 안전하고 쾌적한 민원실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훈련에 앞서 군은 지난 5월 군청 민원실과 읍ㆍ면사무소 직원 책상 밑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면 민간 보안업체 안전센터를 거쳐 충북경찰청 112상황실로 신호가 간다. 이 상황은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로 전달돼 경찰관이 즉시 출동하게 된다.

 충주시도 최근 시청 민원실을 비롯한 25개 읍ㆍ면ㆍ동 행정복지센터 민원 창구에 총 84개의 비상벨을 설치했다. 긴급상황 발생 시 비상벨을 누르면 충북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바로 접수돼 인근 지구대나 치안센터 경찰관이 출동한다. 시는 시청 소속 청원경찰의 민원실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충주 연수동 주민센터 민원인 흉기난동 등 강력 사건까지 발생한 이후 비상벨 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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