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 정태수 행방 찾아 에콰도르行

한보사태와 관련한 재판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검찰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인 정한근씨 체포를 계기로 그 동안 진척이 없던 한보 가문 비리 전체를 일제히 재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의 해외도피 이후 10여년 동안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외로 빼돌린 불법 자금을 환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와 함께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는 아들 정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에콰도르 현지에 검찰도 급파키로 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의 해외 은닉 자금 규모 확인 및 환수에 향후 수사력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날 정씨를 소환해 국외 도피 경로는 물론 횡령 자금의 은닉장소와 은닉 재산의 규모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씨 일가의 해외 은닉 자금은 322억원. 정씨가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루시아석유’ 주식 매각자금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하자 검찰은 이 혐의로 정씨를 재판에 넘긴 상태다. 정씨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그 동안 미뤄졌던 재판은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식매각 자금은 정씨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정씨보다는 정 전 회장이 도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의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장시간 확보한 한보그룹의 범죄 정보 가운데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게 3건 정도된다”면서 “대부분이 한보사태 이후 해외 도피생황을 염두에 두고 그룹 자금을 횡령한 뒤 해외로 은닉한 범죄와 연관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정 전 회장이 세운 정수학원 재단 산하 강릉영동대학과 관련된 해외 법인 K사의 김모 대표 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정 전 회장의 셋째 아들 보근씨와 그의 부인 김모씨 등과 자주 연락하면서 해외에서 1만 달러를 송금 받는 등 한보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씨 일가의 추가 범죄 수사에 앞서 사망설이 돌고 있는 정 전 회장의 생사부터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자체 첩보를 근거로 정 전 회장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씨가 워낙 강하게 부친의 사망을 주장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에콰도르 정부에 정 전 회장에 대한 병원 치료기록과 사망진단서 등을 요청하고 정씨 진술의 신빙성 확인을 위해 25일 에콰도르 등 현지에 수사 인력도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씨의 장기 해외 도피와 관련한 범죄 수사도 병행키로 했다. 우선 정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고교 동창 A씨를 금명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정씨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벨리즈 시민권자로 위장한 뒤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을 순차적으로 획득할 당시 자신의 신상 정보를 제공한 인물이다. 검찰은 A씨가 단순히 이름을 빌려준 데 그치지 않고, 한보가의 불법 자금 은닉 행위에 가담했을 공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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