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한 코트 안에 있는 게 신기하고 행복해요.”
남한과 북한 배구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맞붙은 24일. ‘배구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롤리타(26)씨는 손수 만든 응원 팻말에 ‘평화배구 한반도의 봄’ 문구를 달았다. 그는 “이번 배구 대회가 남과 북이 평화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팻말 뒤편에는 전날 받은 남한 선수들의 사인들이 있었다.
‘아시안피스컵’ 국제배구대회 이틀째인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자카르타 도심의 스포츠 퍼르타미나(Sports Pertamina) 경기장에서 남한의 화성시청 선수단과 북한의 425체육단 남성 선수들이 결전을 치렀다. 아시안피스컵은 인도네시아국가체육위원회(KONI)가 남북 화합을 염원하며 개최한 대회(본보 24일자 27면)다.
롤리타씨는 한국 유학 시절 한국 선수들의 배구 경기를 챙겨봤을 정도로 골수 팬이다. 이번 경기에 출전한 화성시청 선수단 이름을 줄줄 꿰고 있다. “7번 조민, 10번 최귀엽, 13번 김은우, 14번 김재훈 18번 이정준 선수는 프로에서 활약할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라며 “특히 김재훈, 최귀엽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인 국립인도네시아대(UIㆍ우이)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학을 맞아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려고 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북한 배구팀이 참가하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남북 배구가 자카르타에서 맞붙은 사실상 첫 경기라 뿌듯하다”고 웃었다. 함께 온 후배 지유(21)씨는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한국에서 잘 하는 선수들이 많이 와서 기쁘다”라며 “북한과 경기하는 모습이 새롭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이라 관람객은 많지 않았지만,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문화원이 꾸린 ‘피스컵 인니 서포터즈’ 30여명이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코리아 하나다” 구호를 외치며 양 팀 모두를 응원했다. 이 응원 구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도 자카르타를 메웠다.
장경수 북한 감독은 경기 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잘 될 겁니다, 두고 보시라”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국가대표도 두 명 왔다”고 곁에 있던 북한 코치가 귀띔했다. 임태복 화성시청 감독은 “몇몇 눈에 익은 선수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생소해 시합을 치러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접전 끝에 3대 2로 역전승했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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