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강경 대응 정당화 의도
볼턴은 “미국의 신중함을 나약함으로 착각 말라”
지난 20일 미군 무인정찰기가 영공에 침범했다며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시킨 이란이 지난 달에도 미군 정찰기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드러내 미군 정찰기 격추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5월 26일, MQ-9 정찰용 무인기의 항적도'라는 제목의 지도를 올렸다. 지도에는 비행체의 항적으로 보이는 곡선과 각 지점의 좌표와 시각, 경고 신호 송신 시점, 이란의 영해 경계선 등이 표시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명은 이란 남부 유전 지대인 아살루예로 미 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과 걸프 해역을 건너 마주 보는 도시다.
자리프 장관은 이 지도와 함께 "(미군의 이란 영공 침범에 대한) 더 많은 증거는 'B-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에 가두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B-팀'은 미국의 대(對)이란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의 이름 앞 글자(B)를 딴 표현이다.
자리프 장관은 아울러 이란 해군의 쾌속정 추적 자료와 이란 선박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전화 통화 등을 들어 B-팀이 이란과 전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중함'은 전쟁을 막을 수 있지만 경제적 테러리즘(대이란 제재)은 긴장을 낳는다"고도 밝혔다.
한편 AFP 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을 비롯한 (미국의) 적대국가는 미국의 신중함(prudence)을 약함(weakness)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란의 미군 정찰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취소했다고 해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그러면서 "누구도 중동 지역에서 그들(이란)이 사냥하도록 허가하지 않았다"며 "우리 군은 새로 재건됐고, 출정할 준비 됐다"고 경고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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