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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세계응급의학회

입력
2019.06.2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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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드샴 세계응급의학회(IFEM) 회장이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8차 세계응급의학회 학술 대회(ICEM2019)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ICEM2019 제공
제임스 드샴 세계응급의학회(IFEM) 회장이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8차 세계응급의학회 학술 대회(ICEM2019)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ICEM2019 제공

제18회 세계응급의학회(ICEM)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한 문장이 한국의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1986년 런던에서 세계응급의학회가 시작된 이래 첫 한국 개최일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에서 열린 적도 거의 없던 행사이기 때문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대한 응급의학회는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가 정식 진료과로 인정받은 지 24년 만에 국제 응급의학계의 가장 큰 행사를 치러냈다.

전 세계 2,700명이 넘는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학회에 참가했다. 그중 1,200명 정도가 이번 학회를 위해 외국에서 날아왔다. 응급실에서 한두 명쯤 볼 수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한자리에서 2,000명도 넘게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모든 이목이 쏠린 첫 번째 강연을 듣다가 나는 이 학회를 더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다. 맨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세계 응급의학회 회장의 강연 골자는 ‘응급의학의 발전과 여성 의료진의 성장’이었다. 응급의학과 양성평등이라니, 얼마나 멋진 학문적 접근인가.

다음으로 응급의학의 가장 유명한 교과서 집필자가 발언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모든 과중 유일하게 성별, 나이, 질환, 방문 시간과 관련 없이 모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입니다. 이는 사회의 모든 아픔과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책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숙명과도 같았다. 이후 다양한 학술 발표와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연장 앞에는 학회 실황을 중계하는 오픈 부스가 설치되었다. 각국의 의사들은 자신의 발언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했다. 북미나 유럽에서 온 의사들은 대체로 학계의 발전 방향,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대의적으로 바람직한 말들이었지만, 나는 개발도상국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네팔에서 온 의사는 자국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7명뿐이며, 자신이 첫 번째 의사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나라의 응급의학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30대 후반의 나이였다. 나는 한 국가에서 처음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다면 과연 무슨 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이어서 나온 인도네시아 의사는 아직 자국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 응급의학과 의사가 되어 이 나라의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 또한 헤아려 볼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페루의 의사가 쓴 학술 발표 포스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병원 응급실에는 매년 25만 명의 환자가 온다. 매일 700명 가량의 수치이다. 때문에 응급실은 별도의 한 건물이 있다” 모두가 그 숫자에 경악했다. 밤낮으로 꾸준하게 2분마다 한 명씩 응급실에 환자가 오는 것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혼잡도였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응급실 환자가 많은 병원도 10만 명이 조금 넘는다. 학자들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응급실 환경에서의 진료 경험을 서로 공유했다.

세계 응급의학계가 한 걸음 나아간 느낌으로 이번 학회가 마무리되었다. 총 학술 발표 시간이 200시간 30분이 될 정도였다. 이사장은 교류와 통합의 장을 만들어준 모든 나라의 의사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특히 자국을 대표해 단 한 명만 날아온 예멘, 우간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시리아, 파나마, 말리, 조지아, 피지, 콜롬비아 등의 대표에게 감사했다. 이들은 조국으로 돌아가 교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국의 의료체계를 발전시키며 환자를 더욱 충실하게 돌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별 공로상이 이번 설 연휴에 과로로 사망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에게 수여되었다. 부단한 노력으로 응급의학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모든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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