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혈압 관리, 운동, 금연, 절주 필요
50~60대의 8%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증상 뇌경색(silent brain infarct)’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증상 뇌경색은 뇌의 소(小)혈관(지름 0.05~0.5㎜의 미세혈관)이 국소적으로 막혀 뇌가 지름 0.3~1.5㎝ 정도 괴사했지만 중요한 운동신경 부위가 아니어서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뇌경색을 일컫는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생기기 직전인 대사증후군인 사람이라면 무증상 뇌경색 위험이 1.75배까지 높았다. 무증상 뇌경색은 증상을 느끼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이나 치매 등 심각한 뇌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권형민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 결과에서다. 국제 비만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최신호에 실렸다.
권 교수팀은 2006∼2013년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50~60대 성인 3,165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결과와 대사증후군·비만 여부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8%에 해당하는 262명(평균 64세, 57~69세)의 뇌 영상에서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흔적이 확인됐다.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뇌 부위는 구멍이 뚫린 채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어(열공성 뇌경색) 뇌영상에서 쉽게 구분된다.
이들의 평균 수축기(최고) 혈압(130㎜Hg)과 이완기(최저) 혈압(77㎜Hg), 공복혈당(94㎎/dL), 혈중 중성지방(108㎎/dL)은 무증상 뇌경색을 겪지 않은 나머지 2,903명(평균 56세, 50~62세)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사증후군·비만 여부에 따라 4개 군(대사증후군·비만 동반, 대사증후군이지만 비만하지 않음, 비만하지만 대사증후군 없음, 대사증후군·비만 없음)으로 나눠 무증상 뇌경색 유병률과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대사증후군·비만이 없는 군보다 무증상 뇌경색 위험이 1.75(비만)~1.65배(비만×) 높았다. 반면 비만이지만 대사증후군이 없는 그룹에서는 무증상 뇌경색 위험과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정상보다 높은 혈압·혈당·혈중 중성지방, 혈액 속 지방 배출을 돕는 몸에 좋은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저하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25.8%, 60세 이상은 39.4%가 대사증후군이다.
권 교수는 “무증상 뇌경색을 겪어도 멀쩡해 보이지만 뇌졸중·치매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 금연, 술을 절제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50~60대 연령층은 서양인보다 높은 혈압에 취약한 뇌의 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사고가 잦다”며 “혈압이 높아도 고혈압약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권 교수는 고기 등 고단백 음식을 자주 먹으면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벽에 ‘지방질 혹’이 잘 생기게 만드는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무증상 뇌경색 같은 뇌의 소혈관질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신경과학회지인 ‘신경학(Neurology)’ 2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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