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일제히 “청년들 상처”, “약 올리기” “불공평한 세상”
황교안 “아들, 학점 3.29, 토익 925로 취업” 정정하며 해명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스펙 거짓말 논란이 정치권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 할 것 없이 민감한 취업 문제로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고, 황 대표의 아들 KT 특혜 채용 논란도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해명하며 아들 스펙을 정정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3점도 안 되는 학점에 (토익)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 없이 졸업했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한 5곳에서 전부 최종 합격했다. 이 청년이 제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이 “연세대 법대에서 학점 3.29, 토익 925점. 이 분이 황교안 아들”이란 글을 올려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논평을 내고 “황 대표가 청년들의 영혼에 깊숙이 상처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청년들이 마치 취업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아들의 우월성을 은연 중에 드러내 공감능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꼰대’ 발언”이라며 “평생을 권력 기관에서 특별 의전을 누리며 살아온 야당 지도자가 소곰땀을 흘리며 정성을 다할 각오로 학업과 사회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들의 무구한 가슴과 맑은 영혼에 깊숙이 상처를 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결국 KT 취업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아들을 공개적으로 비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앞서 지난 21일 “지난 3월 KT 새 노조는 황 대표 아들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했는데, 황 대표의 말이 사실이면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 삼았다. 또 “취업으로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청년을 기만하고 현실을 모르는 무개념 언사”라고 일갈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황 대표의 자식 자랑은 KT 특혜 채용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황 대표는) 강의를 할 게 아니라 아들의 의혹부터 밝히는 게 먼저다. 여전히 아들이 실력으로만 합격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가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 참 불공평하다. 누구 아들은 스펙 없고 성적도 나쁜데도 신의 직장에 취업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스펙 쌓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에서 가볍게 아들 사례를 들었는데 여러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며 아들 스펙을 정정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황 대표가 ‘스펙보다는 원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화된 역량을 쌓으라’는 얘기를 하면서 아들의 예를 들었더니 느닷없이 아들이 부정 채용된 거라고 한다”면서 “난독증 치료를 받든지 아니면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독해력을 기르기 바란다”며 황 대표를 엄호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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