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4> ‘청년’ 굴레를 거부한다
‘청년 정치인’ 분류되면 ‘진짜 정치인’ 아닌 것처럼 낙인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 정치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야 정치가 바뀐다." 유독 젊은 정치인들에게 가혹한 당과 선배들의 잣대가 가해진다는 판단에서 나온 지적이다. 왜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일까. 그 속내를 들어봤다. 사진은 201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52년만의 필리버스터에 나선 김광진(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과 2013년 이마트의 불법 사찰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장하나(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년 발탁을 안 해 본 게 아니다. 김광진ㆍ장하나 전 의원이 청년 비례로 일했지만 자기 관심 있는 활동을 주로 했다. 그런데도 청년 비례를 계속 하는 게 맞냐는 논란이 있다." 각 정당이 청년 발탁과 육성에 지나치게 소홀하다는 비판을 마주하는 586의원들의 전형적 반응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까지 두 청년 비례대표 의원을 언급했다. 현역 의원이 같은 당 정치인을 이렇게 실명 비판하는 일은 드물다. 더구나 ‘일을 못했다’는 취지다. 전ㆍ현직 젊은 정치인들이 어떤 심판대에 올려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앞서 한국일보와 ‘젊게, 한국 정치를 재탄생 시킬 방법’을 주제로 인터뷰한 많은 청년 정당인은 유독 젊은 정치인에게 가혹한 이중ㆍ삼중의 잣대가 적용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평소 육성 체계도 없이 대뜸 총선 직전에 오디션 및 경선으로 청년 후보를 호명하면서 당이나 선배들이 선심 썼다 여기고, 당사자에겐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거나 투쟁 이력이나 성공한 경험이 없다고 괄시하며, 뾰족한 개별 해법이 있을 리 없는 청년 문제 해결을 젊은 의원 한 두 명에게 일임할 수 있다고 믿고, 나름의 활동을 하면 ‘관심 있는 것만 한다’ 혹은 ‘마음대로 한다’고 비판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경선, 재선에서 실패라도 하면 지역 카르텔이나 대선 주자의 후광, 현역 기득권 없이는 지역구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은 다 밀어두고 “거 봐라, 애들 노력이, 실력이 부족하다“라고 결론이 나는 패턴도 지적됐다. 정치인이 한 번 청년으로 분류되는 순간 당 안팎의 심판 기준은 가혹해지고, ‘커리어도 꼬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권에선 되레 굴레이자 족쇄에 가까워, 아예 정치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단어 규정’을 새롭게 해야 할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만난 한 여권 인사는 “언젠가부터 젊은 정치인을 ‘청년 정치인’으로 부르고 분류하면서부터 진짜 정치가 따로 있고, 청년 비례가 하는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다는 식의 프레임이 여의도에 횡행하게 됐다”며 “한 정치인을 생물학적 나이로 평가하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또 소수의 청년 비례에 ‘청년과의 소통’을 일임해 놓고 남일 보듯 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청년 정치라는 단어를 없애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당 인사는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이 당직자 출신, 군인 출신, 운동권 출신이라고 해서 당직자 출신의 한계, 군인 출신의 한계, 운동권 출신의 한계라는 말을 하진 않는다”며 “청년은 워낙 희귀해진 존재라 한 명만 빌미가 잡히면 ‘청년 출신의 한계’라며 입지를 좁혀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반화가 상당히 가혹하지만 누군가에겐 유용한 프레임이라는 분석도 이어갔다. “DJ 등 정치 선배들은 적극적인 젊은 피 수혈을 통해 후배를 양성했지만, 19대 국회 이후부터는 청년 비례 2석을 떼어주는 것으로 나머지 세대 교체 여론을 차단하고, 그나마도 꾸준히 평가 절하하는 상황이다. 이건 갑과 을의 갈등이 아니다. 현역 기득권이 갑의 자리를 지킨 채, ‘을병정무기경신’들이 된 청년, 여성, 노동자, 소수자들이 주어진 1, 2석을 가지고 다투도록 싸움을 붙이고 있다. 이 싸움이 격렬해야 갑이 위협받지 않는 거다.”

이런 분석에는 청년 비례 출신 당사자들도 일정 부분 공감한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광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국회의 구성이 (다양한) 세대와 계층, 성별, 직업, 소득 수준 등을 대표하지 못하고 특정한 소수의 층만 대변하는 문제를 벗어나 보고자 만든 게 청년비례대표”라며 “(이는) 극심하게 쏠린 세대 비율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 (조치)이지 이 제도가 있으니 더 이상의 청년이 필요 없다는 최대한(의 의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당직자 비례대표가 당직자의 권익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 비례대표가 여성만을 위해 일하지 않듯이 청년 비례대표 또한 청년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세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각종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당내 입지를 굳혀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때로는 동시 달성하기 힘든 과업이라는 문제 의식도 제기된다. 최근 만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19대 비례대표 의원)는 “의정 활동하며 많은 분의 관심이 없던 시기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해 뛰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했다”면서 “만약 재선을 더 염두에 뒀다면 정당 내부 운영 논리, 여의도 문법에 맞춰 타협하거나, 당사자성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에는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로 일하는 상황이 잦았다는 설명이다. “어떻게든 국회에만 남으면 뭐 하겠어요. 토론회만 몇 개씩 열고, 의견 청취만 잔뜩 하면 뭐 하겠어요. 각종 토론회에서 좋은 말만 난무하고,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 신인을 둘러싼 악조건과 요구되는 변화. 그래픽=신동준 기자

아무리 청년 비례라고 해도, 특정 정치인에게 ‘청년’을 정치의 주 정체성이자 전문성으로 삼으라고 주문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정치인들이 주로 대변할 수 있는 감수성 및 요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단 하나의 특성이나 인물로 요약될 순 없어서다. 또 한 정치인의 입장에서 볼 땐 차기나 차차기 선거 때면 더 이상 ‘생물학적 청년’이 아닌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청년 비례대표 출신 정치인이 이런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제부터 왜 청년정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지부터가 문제”라며 “청년 일자리 정책이 따로 존재할 수 없고, 청년 주거 정책이 따로 있을 수 없는데 허상을 좇아 청년정치라는 용어로 마이너리그를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체성만 해도 전체 청년을 대변하는 단 하나의 특성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저에게는)너무 엘리트다워서 청년 대표가 아니라는 비난이, 또 누구에게는 학력이 모자라 청년 대표가 아니라는 비난이 동시에 날아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해법은 청년을 비롯한 누군가를 별도의 약자, 소수자로 범주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들이 각종 의회에 늘어날 수 있도록 현역 기득권 구조를 조명하고, 왜곡된 국회의 대표성ㆍ비례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 비난을 당하고도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낀 김광진 사무국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아래)이 향하는 대안도 결국 이 지점이다.

“청년 혹은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고민은 단순히 알바나 등록금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 있어 50대 남성 중산층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 제도적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단순히 세대갈등으로 제로섬게임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21대 국회에는 성별, 나이, 직업, 소득 등의 비율이 조금은 더 국민의 기본 비율과 맞아지는 국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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