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김해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장장 16년을 끌어 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지난 2016년 김해공항 확장 안으로 최종 결론을 낸 지 3년만에 다시 ‘재검토’의 늪에 빠졌다.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을 국무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국토교통부와 부산ㆍ울산ㆍ경남(이하 부울경) 지방자치단체들은 그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각각의 쟁점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향후 검증 과정에도 또 다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표심과 맞물려 자칫 지역간 극한대결 양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신공항 사업이 장기 표류할 거란 우려를 제기한다.

◇이번엔 총리실로 간 신공항 논란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랜 기간 논쟁을 이어온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는 지난 2016년 6월 국토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맡겨 검토한 끝에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여기에 국토부가 “기존 계획에 문제가 없다”고 팽팽하게 맞서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일단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20일 김해신공항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으며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 과정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부울경과 국토부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앞으로 총리실 주관 논의에서도 쟁점마다 대립할 개연성이 높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검증단의 김해신공항 반대 의견에 대한 내부검토도 마친 상태”라며 “현재 국토부 안으로 김해신공항이 부울경 관문공항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해신공항을 둘러싼 입장 차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해신공항, 뭐가 문제길래

앞서 부울경 3개 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5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체 검증단을 꾸려 문제점을 조사했다. 올해 4월에는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며 지적한 부분은 △공항 안전성 △항공 소음 피해 △활주로 용량 △항공수요 등이다.

우선 검증단은 계획상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의 진입 표면에 임호산 등 장애물 6,600만㎡가 남아있어 법에 맞지 않고, 착륙 항공기의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항공 소음을 두고는 새 소음평가 단위(엘 디이엔ㆍLden)'를 적용하면 김해신공항 소음에 영향 받는 가구가 2만3,192가구에 이르지만, 이 단위를 적용하지 않아 기본계획에는 피해 규모가 2,732가구로 축소ㆍ왜곡됐다고 강조했다.

활주로 길이 역시 인천공항 활주로 길이 산정 근거인 국토부 내부 기준을 적용하면 최소 3,700m가 필요하지만, (국토부가) 단순 참고용인 항공기 제작사 이륙거리 도표를 기준으로 3,200m로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증단은 김해신공항 수요가 2046년 기준 사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는 3,762만명이었지만 예비타당성조사(2,764만명)와 기본계획(2,701만명)을 거치며 각각 27%, 29%씩 줄었다고 지적했다.

검증단장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토부가 추진하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소음, 안전, 확장성 등에서 문제가 나타나 백지화가 불가피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하다”며 검증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애물 부분에 대해서는 공항시설법, 항공안전법에 따른 안전성 검토 결과 임호산 등을 놔둔 상태에서도 충분한 안전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음 피해 규모에 대한 분석도 다르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동일한 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예측된 항공수요(2,925만명)를 바탕으로 소음을 평가해야 한다”며 “활주로 배치 최적화, 이착륙 항로 변경,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해 지금보다 소음 영향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활주로 길이와 관련해서도, “활주로 길이는 항공기 성능 자료를 우선 적용해 정하는 것”이라며 “검증단의 계산법은 항공기 성능 자료가 없는 경우에나 사용한다”고 맞섰다. 국토부는 3,200m 활주로에서도 미주ㆍ유럽 항공 노선을 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가 여객 수요를 축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평균 성장률 둔화와 2015년부터 영남권 인구가 감소 중이라는 점 등이 반영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토교통부 서울사무소에서 김해신공항 관련 부울경 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대립 비화 가능성

일단 대립의 불씨는 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총리실이 정책 판정위원회를 설치하더라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 향후 전문가 구성, 검토 시기와 방법 결정, 결론을 내리기까지 곳곳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평행성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지역간 갈등과 국정 혼란도 불가피해 신공항 건설 절차만 계속 연기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대구ㆍ경북 지역의 반발이 거세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나오긴 어렵다. 당장 TK지역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온 상태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던 2013~2016년 부울경과 대구시, 경북 등 동남권 5개 지자체가 “정부의 연구용역 결정에 따르겠다”고 세 차례나 합의했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대구ㆍ경북발전협의회 의원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확장이 늦어질수록 국론은 분열되고 영남권 주민 피해는 커지게 되며 국가적 손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뒤집히는 정책이 다름 아닌 ‘적폐’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당초 2021년 김해신공항 착공에 들어가 2026년 공항 건설을 마친다는 일정표를 내세웠지만 결국 어떤 결과가 나와도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토부가 내린 결론을 총리실이 뒤집을 경우 정부가 표를 의식하고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객관적으로 진행된 사업을 지난 정부의 사업이라고 뒤집기 시작하면 향후 국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5개 광역자치단체가 2016년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신사협정’까지 맺었는데 이를 뒤집으면 국민 신뢰에 금이 가고 엄청난 정책 혼란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