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로 주민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남춘 인천시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인천시 중구 운남동 영종도 통합가압장에서 수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20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노후 상수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수관이 노후할수록 물때와 침전물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이 같은 일이 인천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환경부의 ‘2017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수도관 총 길이 20만9,034㎞ 가운데 설치된 지 21년 이상 지난 노후관은 6만7,676㎞로 전체의 32.4%를 차지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인천 상수도관도 1998년에 매설된 노후 수도관이었다.

설치된 지 30년이 지나 내구연한이 경과된 노후관인 ‘경년관’도 전국에 14%나 된다. 내구연한이 지나면 누수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부식이 진행돼 붉은 수돗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인천 상수도의 경년관 비율은 14.5%로 서울(13.5%)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와 강원, 경북, 경남은 경년관 비율이 20%가 넘어 노후관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 한국일보] 전국 수도관 노후화 현황. 송정근기자

노후 수도관이 늘어나는 데도 전국 수도관 교체율은 2017년 기준 전체 수도관의 0.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년관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수돗물 사태를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의 단장을 맡은 김진한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수도관이 노후하면 이물질이 나올 뿐 아니라 물이 수도관 밖으로 빠져 나가는 누수 현상이 생긴다”며 “누수를 막으면 예산도 절감되므로 노후관 교체가 서둘러 이뤄져야 하지만, 지자체 예산으로는 단기간에 교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경년관 비율이 7% 수준이지만 누수가 심각해 지하로 새는 수도가 54%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수도관을 당장 교체하기 어렵다면 청소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도에서 붉은 물이 나올 경우 주민 불안이 커질 것을 우려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계적인 상수도 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듯 관로도 매설 후 상태가 어떤지 기술진단을 하고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천 수돗물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전문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수도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 맡겨 놓으면 수도관 교체 등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전 국민의 물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한 교수는 “과거 기능직 공무원들이 담당하던 상수도 업무를 일반직 공무원들이 맡게 되면서 담당 공무원의 경험 부족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인천 사태 같은 일은 전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경기 시흥시와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도 인천과 비슷한 이유로 붉은 수돗물이 나와 지자체가 긴급 복구한 일이 있었다. 구자용 교수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에서 전문 인력을 모아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긴급대응팀을 만들어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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