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유통 단계별 가격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국세청이 그간 주류 유통 시장에서 이뤄지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다음달부터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그 동안 규제는 있었지만 해석상 논란으로 집행하기 어려웠던 것을 현실성 있게 고친 것이다. 줄곧 리베이트 처벌 강화를 주장했던 주류 도매업계는 “이제 주류 거래가 투명해질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굳어진 관행이 한번에 무너지면 소비자가격 인상 같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소매업계의 반발도 적잖다.

1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31일 리베이트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국세청은 20일까지 업계, 소비자 등의 의견을 받은 뒤 다음달 1일부터 고시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형 도매상ㆍ유흥업소만 득 보는 리베이트 

주류 유통 시장은 ‘제조ㆍ수입업체→도매상→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제조ㆍ수입업체와 도매상은 별도의 주류 면허가 필요하다. 국세청은 이미 20년 이상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출고량 감량 등의 제재를 가해 왔다.

그러나 주류 제조사와 수입업체는 도매시장의 36%를 점유한 일부 상위 도매상들과 대형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판매장려금 등의 리베이트성 가격 할인을 암암리에 적용해 왔다. 가령 도매상이 위스키를 대량 구매하면 장려금을 지급하거나, 해당 업체에 장려금에 해당하는 가공 매출을 올려주는 식이다. 소주나 맥주도 유흥업소가 30병들이 수십~수백 상자 단위로 대량 구매했을 경우, 1상자당 1,000~5,000원씩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자연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다수 중소형 도매상들은 리베이트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작은 음식점 등은 주류회사 로고가 박힌 술잔이나 앞치마 같은 소모품조차 지원받기 힘들었다. 일부 업체에만 지급되는 리베이트 때문에 시장 가격이 왜곡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베이트 사례 구체화… ‘쌍벌제’ 도입도 

국세청은 이번 고시 개정안을 통해 모호하게 규정돼 있던 금품제공 금지 조항을 ‘장려금ㆍ수수료ㆍ대여금, 에누리ㆍ할인ㆍ외상 매출금 경감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간 해석상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주류 제조ㆍ수입업자와 도매상들이 리베이트 규제를 피해갔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류 제조ㆍ수입업자는 ‘도매상, 소매상 등 동일한 지위에 있는 거래처에는 같은 가격에 술을 팔아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그간 도매업자는 제조ㆍ수입업자에게 금품을 받을 때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고, 소매업자에 리베이트를 줄 때만 처벌 대상이었다. 이번 고시에는 ‘쌍벌제’를 도입해 제조ㆍ수입업자든 도ㆍ소매업자든 리베이트를 주고 받으면 모두 처벌 받을 근거를 만들었다.

대신 주류 제조ㆍ수입업자는 위스키에 한해서만 최대 3%까지 판매장려금을 합법적으로 줄 수 있도록 했다. 위스키는 소주나 맥주처럼 TV광고 등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거래 투명화” vs “자영업 부담 가중” 논란 

국세청의 이번 조치에 대부분 도매업자들은 주류 유통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류도매상이 주축인 주류유통단체협의회는 2017년 업계 자체로 리베이트 관행 근절을 결의하고 국세청에도 제도 개선을 건의해 왔다.

오정석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은 “그간 판매장려금 지급 금지 규정에도 불구,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줘 오면서 무자료 거래, 덤핑 등 다른 거래질서 문란행위도 일어났다”며 “고시 개정으로 불공정을 바로잡아 주류업계가 상생할 큰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소매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수익을 보전해주던 리베이트가 사라지면 사실상 가게에 들여오는 술값이 올라 소비자에게도 가격을 올려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간의 불법 리베이트 규모만큼 주류 유통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주류회사가 술값을 인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수 십 년간 지속해 왔던 판매장려금 지급 관행을 불법 리베이트로 규정하는 건 시장거래 질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위스키 1박스를 구매하는 곳과 100박스를 구매하는 곳을 똑 같이 대하라는 게 과연 맞냐는 논리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