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편, SNS서 화제
‘요한, 씨돌, 용현’ 세 가지 이름으로 삶을 살아온 한 의인의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후원 계좌까지 개설됐다. 요한, 씨돌, 용현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이 의인의 삶은 지난 9일, 16일 2회에 걸쳐 SBS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편을 통해 방송됐다. 요한, 씨돌, 용현은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이다. 본명은 김용현씨다.
SBS스페셜은 타인을 위해 살았던 김씨 인생을 되짚었다. SBS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진상 조작을 발표한 고 김승훈 신부가 김씨의 목숨을 구해준 인연이 있고, 김씨는 정연관 상병 군 의문사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 섰다.
김씨는 2004년 7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 상병의 의문사가 인정된 후 자취를 감췄다. SBS스페셜 제작진이 김씨 행방을 추적한 결과 그는 강원도의 한 요양원에서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반신마비에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산에서 홀로 일하던 김씨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지나가던 등산객이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정 상병 가족들이 김씨와 15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도 방송을 탔다. 정 상병 어머니는 김씨를 보자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왜 이렇게 됐어”라며 안타까워했다.
방송 말미 PD가 김씨에게 “정작 본인에게 도움 되거나 관계되는 일이 없었다. 왜 그런 삶을 살았나”라고 묻자 대화가 불편한 김씨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글로 답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의 딱한 형편에 시청자들 후원 문의도 잇따랐다. 김씨는 그동안 방송 출연료를 기부하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방송 이후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씨의 삶을 응원하는 글도 이어졌다. 시청자 이모씨는 “방송을 보고 망치로 맞은 것 같다”며 “이분의 삶이 단순히 영화 주인공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너무 많은 감정이 쏟아져서 모든 감정을 글에 담을 수 없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너무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며 “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 아름다운 세상이 있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항상 저 또한 그 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는 “이런 분을 모른 척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그건 민주국가, 정의로운 나라,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게시된 이 청원은 19일 현재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