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근로기준법 위배” 반발
민주당 “위험한 발상ㆍ인종 차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외국인 노동자 임금과 관련해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대표는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소ㆍ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되어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국인은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했고 앞으로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실제 한국당은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18일에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농업인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일로”라며 농림ㆍ수산업에서 언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 등 근로능력 및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게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선 2월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뒤 최초로 근로를 시작한 때부터 1년 내에는 최저임금액의 30% 이내로 감액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냈다.
황 대표 발언에 외국인 차별과 혐오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노동자 임금을 차별해야 한다는 법무부 장관 출신 제1야당 대표의 소신은 근로기준법과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모두 위배한다”며 “그보다 이주민은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형평이라는 그의 편협함과 무식함은 인권을 위배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11호)도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현행법과 국제협약에 명백히 배치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한 발상이자 인종차별을 담은 외국인 혐오발언”이라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화가 국내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일 하는데 임금이 싸다면 임금 적게 드는 노동자를 쓰지 왜 많이 줘야 하는 사람을 고용하겠나. 결국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정책의 피해는 한국 청년들이 고스란히 보는 것”이라며 “황 대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뒤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ILO 협약과 근로기준법의 기본정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주노동자라서 추가 제공되는 부분도 있는데 더 혜택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임금 관련 부분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