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항 북한 어선 당시 방파제 정박… 군경 당국 ‘해상 인접 침묵’허점 축소 의혹
15일 강원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어선은 사실상 항구에 정박까지 하고 현지 주민의 신고를 받은 뒤에야 인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30여㎞를 흘러내려오는 동안 식별하지 못했던 군 당국 및 해양경찰의 해상 감시체계에 구멍이 뚫렸고, 이를 축소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18일 삼척 현지 주민들의 말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6시 50분쯤 삼척항 내 방파제 부두 암벽에 해당 어선이 정박한 상태였고, 우리 측 어민이 선원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일부 주민들은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했다고 한다. 다른 주민들은 해당 선박에서 나온 선원 일부가 뭍에 내려와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척경찰서 측은 동해해양경찰서에 통보하고, 현장에 나가 해당 어선과 선박에 탑승한 선원 4명을 확인했다고 한다. 곧이어 해경은 함정을 동원해 해당 선박을 보안 유지가 용이한 동해항으로 예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 어선이 조업 중이던 어민의 신고로 발견했다는 취지로만 발표했지만, 이와 배치되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당국이 해안감시체계의 허점을 축소하기 위해 사실관계와 다르게 발표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어선 발견 당시 동해상 파고(파도 높이)는 1.5∼2m였고, 북한 어선은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여서 “선박 높이가 파고보다 낮아 레이더 감시요원들이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며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특별한 근무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먼 바다에서 식별이 어려웠다고 설명한 것이지만, 어선이 해안에 인접했을 당시 식별하지 못한 데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던 셈이다. 또 방파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군과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은 선원 4명을 상대로 표류 경위 및 이동 경로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30대와 50대 2명은 귀환 의사를 밝혔고, 다른 2명은 애초 귀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을 통해 귀환 의사를 밝힌 선원 2명을 북측에 인도했다. 통일부는 전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선박 및 선원 발견 사실을 알리고, 귀환 의사를 밝힌 30대ㆍ50대 남성 2명만 송환한다는 계획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타고 온 소형 목선은 선장 동의를 받아 폐기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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