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무리한 역방향 수계전환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인천시의 총체적 관리 부실에서 빚어졌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작업을 한 데다 물의 탁한 정도를 측정하는 탁도계가 고장이 났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 원인 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하며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인천 적수 발생 사고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ㆍ남동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수계 전환 방식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지역에서 최초로 민원이 접수됐다. 사고 발생 나흘 만인 지난 2일부터는 영종 지역, 15일 만인 지난 13일부터는 강화 지역까지 수도전에 끼워 쓰는 필터가 변색한다는 민원이 발생하는 등 사고 발생 20일째인 현재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뉴얼에 해당하는 ‘국가건설기준’에는 상수도 수계 전환 시 수계전환지역 배관도, 제수 밸브, 이토밸브, 공기 밸브 등에 대해 대장을 작성한 뒤 현장 조사를 하고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책을 수립하도록 명시돼 있다. 수계전환 작업을 할 때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상 약 10시간 가량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사나 물을 빼주는 이토밸브와 소화전 등을 이용해 물을 배출해야 한다. 또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유속이 바뀌면서 녹물이나 관로 내부에 붙은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수계를 전환하기 전 이런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밸브 조작 위주의 계획을 세우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밸브를 조작하는 단계별로 수질 변화를 확인하는 계획도 세워두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물때 등 이물질 발생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 시간도 2~3시간에 불과했다.

또 수돗물의 이동 경로였던 북항분기점에서 밸브를 열었을 때 일시적으로 정수 탁도가 0.6NTU(네펠로미터ㆍ물에 쪼인 빛이 입자에 의해 산란하는 정도로 측정한 입자의 농도)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물을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게 전환에 따라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탁도가 수게전환 이전 평균 대비 최대 3배 이상 상승한 것이 확인됐는데도 초동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시간을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탁도가 기준치를 넘었는데 당시에 인천시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3배 이상 상승한 뒤에 탁도계가 고장이 났는데도 제때에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이라고 환경부는 판단했다. 평소 공촌정수장에서 영종 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그대로 살리는 자연유하 방식으로 공급하지만, 이번에 수계를 전환할 때는 압력을 가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수계를 전환하려면 관의 흔들림이나 물의 흐름에 따른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하고 이물질이 발생하는지를 따져 보면서 정상 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초기 민원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유량은 평소 시간당 1,700㎥에서 3,500㎥로 오히려 증가하는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전물과 함께 검단ㆍ검암 지역으로 공급됐다.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되자 기존의 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됐다.

당초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유지되면서 인천시는 정수지와 흡수정의 수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조사 결과 탁도계가 고장 나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고, 이에 따라 공촌정수장 저수지와 흡수정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해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로 이동해 사태가 장기화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수도관의 높고 낮음을 알아볼 수 있는 지도인 종단면도가 없어 배수지점을 제대로 확인 못하면서 체계적인 방류를 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된 점도 사태가 장기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원인 조사반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13일 인천시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수돗물에 있는 이물질을 분석한 결과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이라기보다 주로 관 아래 깔린 물 때 성분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마셔도 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필터 생각이 변색하는 단계에선 수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부터 공촌정수장 정수지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물빼기와 청소를 반복해 4개 정수지 청소를 18일까지 마무리하고 물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을 이용해 19일부터 23일가지 송수관로 이물질 등 오염수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 제거한 뒤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22일부터는 배수 순서를 정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지원해 오던 병에 담은 수돗물, 수질분석장비, 급수차 등도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가 합동 원인조사반 조사결과 백서를 올해 7월까지 발간·배포하고, 식용수 사고에 대비한 지자체ㆍ유관기관 공동연수회도 7월 중 개최할 계획이다. 김영훈 국장은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정부 발표에 이어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 하겠다”며 “수돗물 공급 정상화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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