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17일 오후(현지시간)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 지역에 약 1,000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두 척의 피격 사건 이후 미국은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란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면서 대치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로 새로운 증거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복수의 미국 관리들은 미 국방부가 “이란에 의한 위협에서 중동 지역 병력과 우방국에 대한 안보 강화를 위해 약 1,000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추가 파병 인력에는 정보 수집과 감시 확대를 위한 치안 부대 등이 포함됐다.
로이터는 이 같은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 고위급 인사들이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에게 이란이 배후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주 사건 발생 이후 미국 정부는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오만해역에서 공격당한 일본 소유 유조선으로부터 폭발하지 않은 선체 부착용 폭탄을 수거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밝힌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영국도 자체 평가를 통해 이란이 배후라는 결론을 내놓아 미국 주장에 힘을 실어줬으나, 일본과 독일 등은 발표된 사진이 공격 사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미국에 추가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게다가 이란은 공격을 부인하며 ‘미국 자작극’을 주장하고 나서자, 17일 미 국방부는 미 해군 헬기에서 촬영한 사진 몇 장을 급히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미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중부사령부가 새로 공개한 사진 중에는 IRGC 경비정이 피격된 일본 소유 유조선의 선체 옆으로 접근해, 불발탄을 수거하는 장면이 담긴 컬러 사진도 있다. 며칠 전에 공개된 것은 흑백 사진이었다. 또 (기뢰 수거 후) 선체에 남은 기뢰의 혼합연료 잔여물 모습, 폭발로 인해 유조선에 생긴 커다란 구멍 사진 등도 포함됐다.
미 국방부가 추가 사진 공개에 나선 것은 이번 주에 열릴 하원 청문회에서도 이란 정부가 배후라고 발표한 것이 사실임을 계속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란이 유조선 공격 사실을 부인할 뿐 아니라 전세계 석유 물류량의 20%가 통과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를 위협하며 반격에 나서면서 미국-이란 간 관계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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