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17일 오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선배 기수인 봉욱(54·19기) 대검찰청 차장,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을 제치고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르며 ‘화려한 복귀’의 정점을 찍었다.
윤 지검장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다.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 정통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수사의 책임자였기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 지검장은 정권의 견제를 받았다. 같은 해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를 빌미로 사퇴하자 수사는 힘을 잃었고, 윤석열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수사팀에 배제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14년 1월, 윤석열은 대구고등검찰청으로 좌천됐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동료들보다 시작이 늦었던 윤 지검장이었기에 좌천성 인사 후 그의 검사 생명은 끝났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대검찰청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요직을 거치며 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던 윤 지검장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 검찰 내부의 기수문화로 인해 비슷한 길을 걸었던 검사들은 사임하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윤 지검장은 “아직 검찰에서 할 일이 남았다”며 검찰에 남았다.
윤석열의 ‘부활’은 2016년 ‘박영수 특검(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팀장 파견근무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듬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며 복귀에 성공했다. 윤 지검장은 임기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구속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중앙지검장 임명 당시에도 윤 지검장은 검찰의 기수문화를 뒤집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었다. 이번 인사로 윤 지검장은 다시 한번 검찰 기수문화를 뒤흔들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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