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 12일 오전 10시 제주동부경찰서을 떠나기 직전 경찰서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헌 기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경찰이 가장 명백한 증거인 피해자 시신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고, 정확한 범행동기ㆍ수법도 밝혀내지 못하는 등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또한 고유정(36) 의붓아들 의문사 역시 경찰이 뚜렷한 사망경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등 자칫 두 사건 모두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경찰과 해경 등에 따르면 고씨가 전 남편 A(36)씨를 살해ㆍ훼손한 후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완도행 여객선 항로 주변과 인천의 한 재활용 업체를 중심으로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는 상태다.

해경은 지난 3일부터 고씨가 지난달 28일 밤 제주를 빠져나갈 때 이용한 완도행 여객선 선상에서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진술 내용을 토대로 여객선 항로 등에 대해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시신 확보에 실패했다. 해경은 현재 집중수색은 종료하고, 경비함정이 임무 중 수색을 병행하는 수준으로 수색 강도를 낮췄다.

경찰도 앞서 지난 5일 인천 재활용업체에서 발견한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지만 ‘불상의 동물 뼈’라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또 범행이 이뤄진 펜션, 경기도 김포시 주거지에서 수집한 머리카락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유전자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 14일 인천의 재활용 업체에서 2박스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추가로 수거했고, 국과수에 긴급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경찰은 고씨로부터 정확한 범행동기나 범행수법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결과와 증거품 등을 토대로 고씨가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씨는 범행동기 등에 대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고, 범행 당시 다친 오른손에 대해 증거보전신청을 하는 등 우발적 범행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한 부실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찰은 고씨가 A씨를 살해한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범행현장인 제주시 펜션을 방문했지만, 주변의 주택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어 29일 A씨의 동생이 해당 주택 CCTV를 확보해 경찰에 전달했고, 다음날이 돼서야 경찰은 고씨의 행적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실종사건에서 강력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고씨는 이미 28일 훼손한 시신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도주한 상태였다. 결과론적으로 경찰이 범행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CCTV를 확보했다면, 시신 유기 등 추가 범행은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또 지난 1일 고씨를 충북 청주시의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할 당시 여행용 가방에 있었던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약봉지를 압수하지 못했다. 뒤늦게 경찰은 지난 9일 졸피뎀 처방을 사실을 확인하고, 청주시의 병원과 약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고씨가 졸피뎀을 A씨에게 먹인 후 범행을 저지르는 등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보고 있지만, 초동 수사 과정에서는 이 부분을 놓친 셈이다.

지난 3월 2일 발생한 고씨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부실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상당경찰서는 사건 발생 석달이 넘는 지금까지 숨진 고씨의 현 남편 B(37)씨의 친아들인 C(6)군에 대한 사망경위에 대해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아들 사망사건과 관련 고씨가 의심스런 정황이 있어 수사를 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주지검에 제출했다. B씨는 고소장을 제주지검에 제출한 이유에 대해 아들의 사망 당시 집안에 자신과 고씨 단 둘이 있었지만, 고씨에 대해 단 1차례 15분 정도의 조사만 실시하는 등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근 국과수로부터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C군의 부검 결과를 통보 받았고, 고씨 부부의 진술 중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상당경찰서 관계자는 “고의, 과실,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동안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고씨가 경찰 조사에서 가장 신뢰한다고 밝히 현 남편의 고소로 인해 심경변화를 일으켜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사건 해결점이 제시될지 주목되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청주=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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