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14일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15일 오후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추진을 잠정 연기하는 방안을 발표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업무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은 최근 홍콩 인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내려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며, 전날 오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법안 추진 연기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들은 법안을 강행하는 방안과 연기하는 방안의 장단점만 비교했을 뿐, 완전한 철폐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베이징 중앙정부에도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홍콩 민주진영이 16일로 예고한 대규모 반대 시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9일 103만명의 역대 최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민간인권진선’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17일 총파업에 돌입하자고 촉구했다. 9일 이후에도 홍콩에선 연일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져왔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및 주요외신도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홍콩 정부가 이날 오후 법안 연기를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16일 시위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홍콩 민주파 인사들은 법안 철회뿐 아니라 경찰의 과잉 진압 사과, 람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홍콩 정부의 법 개정 연기가 ‘적의 공격을 늦추는 계략’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가 추진해온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에는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본토 등으로 범죄인을 송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넘기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며 법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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