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계규의 화백의 이 사람]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
“절대 못 잊을 감독님이자, 완벽하신 분.”
‘막내형’ 이강인(18ㆍ발렌시아)은 서툰 한국말로 정정용(50)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이렇게 평했다. 무엇이 이토록 선수들을 감동시켰던 걸까. U-20 축구 국가대표팀이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에 진출한 가운데 역사의 중심에 선 그의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철저한 비주류였다. 1992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 입단해 프로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29세의 나이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지도자의 길로 접어 들어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인정받은 그는 2008년 14세 이하(U-14)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각급 연령대별 선수 지도를 맡았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근간이 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도 그의 작품이다. 특정 계파 출신도 아니고, 이름값도 없었지만 오직 실력만으로 자리를 꿰찼다.
정 감독은 권위를 내려놓고 수평적 문화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압적인 국내 지도자들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선수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축구는 즐거운 것’임을 느끼게 해줬다.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으며 개인별 전술노트를 만들어 세세하게 지도했다. 코치들의 의견도 끝까지 경청한다. 윽박지르는 것이 다반사인 한국 축구에서는 ‘별종’인 셈이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성적보단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다”고만 했다.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성공은 한국 축구를 넘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지도자는 무엇인가’란 물음에 또 하나의 해답을 주고 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정 감독과 4명의 코칭스태프, 21명의 선수들은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펼쳐지는 우크라이나와의 마지막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빛날 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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