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불법에 가담하도록 해 범죄자로 전락시켰다”면서 “출입국관리법의 벌금 최고형은 2,000만원인데 가중된 벌금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 전 이사장 측은 이날 태도를 바꿔 혐의를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 공판에서 보인 입장은 책임 회피와 다름없는 결과라고 생각했다”면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만 18번을 받으면서 모든 가족들의 일상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아무리 잘 몰랐다 하더라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으로 사죄한다”면서 “잘못이라는 것을 안 즉시 일하는 아이를 돌려보냈고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길게 한다고 해서 책임을 면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 사원이 본사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입국하는 것처럼 꾸며 연수생비자를 발급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일 첫 공판에서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 대한항공 법인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달 2일 있을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원, 추징금 3,700만원을 선고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 추징금 6,300만원을 선고했다. 각각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에는 인천에서, 오후에는 서울에서 각각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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