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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현장] 파워 넘친 차범근, 재기발랄 손흥민, 형 같은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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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현장] 파워 넘친 차범근, 재기발랄 손흥민, 형 같은 이강인

입력
2019.06.13 18:08
수정
2019.06.13 19: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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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 에이스들 18세 시절엔… 

 차범근, 폭발적 근력ㆍ스피드 바탕 ‘탈아시아급’ 국가대표로 성장 

 손흥민, 빠른발ㆍ거침없는 드리블에 양발 모두 활용한 득점 주목 

 이강인은 근성에 몸싸움 강하고 경기 읽는 눈도 갖춰 팀에 안정감 

이강인이 12일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왼발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이강인이 12일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왼발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18ㆍ발렌시아)를 지켜본 국내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이런 18세 선수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된 이강인의 종합적 능력치는 지금까지 한국 ‘에이스’ 계보를 잇는 공격수 차범근(66) 손흥민(27ㆍ토트넘)의 18세 때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이제껏 발렌시아 성인 팀에선 컵대회 정도에나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 그의 기량을 충분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20세 형들 틈바구니에서도 기죽기는커녕 자신이 갈고 닦은 기술과 몸싸움, 체력, 두뇌플레이를 한껏 발휘했다. 이번 대회 1골 4도움을 기록한 그는 FIFA 주관 남자대회 최초 우승은 물론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비록 연령대별 대표팀이라지만, 이제껏 우리나라에 없었던 전천후 플레이어의 등장에 축구팬들은 반색한다.

분데스리가 시절 차범근 전 감독의 모습. ‘차붐’이라 불린 그는 은퇴할 당시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분데스리가 시절 차범근 전 감독의 모습. ‘차붐’이라 불린 그는 은퇴할 당시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강인은 한국축구 레전드 차범근과 현존 최고 공격수로 평가 받는 손흥민과는 또 다른 재능을 품고 있다. 1970~80년대 한국축구 에이스였던 차범근의 역시 청소년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내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세계적 스타로 성장했다. 1971년 경신고에 다니던 그는 그 해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와 이듬해 태국 대회에서 폭발적 스피드와 남다른 힘, 타점 높은 헤딩 능력으로 ‘탈 아시아’ 실력을 뽐내며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유년시절 아버지가 구해온 스케이트를 신고 겨울마다 집 근처 저수지 얼음판을 지치며 다진 탄탄한 하체 근력과, 육상부로 활동과 개인훈련을 통해 갖춘 체력ㆍ스피드가 그의 폭발적 스피드의 밑바탕이었다.

그가 18세 351일의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1975년 5월 7일 아시안컵 이라크전 때만 해도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와 해외경험 부족에 따른 부담이 컸다고 한다. 그는 저서 ‘네 꿈을 펼쳐라’에서 “선배들이 ‘범근아~’ 하고 부를 때마다 정신 없이 이리저리 뛰었으며, 선배들은 동점이 된 뒤 승부차기 땐 녹초가 된 내 등을 떠밀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해외 축구를 쉽게 접하고, 일찌감치 유럽 명문팀 유스시스템을 거친 ‘밀레니얼 세대’ 손흥민과 이강인은 세계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우리 곁에 나타났다. 손흥민은 해외를 돌며 유소년 선수 육성 지식을 터득해 온 부친 손웅정씨 아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18세 3개월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정식 데뷔한 손흥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거침없는 드리블을 펼친 뒤 양발을 모두 활용해 득점까지 성공하는 ‘재기발랄 킬러’로 주목 받았다.

첫 시즌(2010~11) 14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으며 소속팀에서도 눈도장을 찍었고, 18세 175일의 나이였던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 친선경기 때 A매치에 데뷔했다. 데뷔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이듬해 1월 18일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도를 상대로 데뷔골을 기록한 이후 그는 날로 진화하며 분데스리가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최고 공격수 반열에 이름을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던 18세 손흥민. AFP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던 18세 손흥민. AFP 연합뉴스

이강인은 차범근, 손흥민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이지만 이를 극복할 천부적인 축구 감각과 두뇌플레이를 펼쳐 이번 대회를 평정하고 있다. 36년 전 청소년대표팀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82) 전 국가대표 감독은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도 주저 않고 근성도 강하다”며 “이렇게 겁 없는 선수는 처음 본다”고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높낮이, 방향, 스피드까지 정확한 왼발 크로스는 잘만 가꾸면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이번 대회 도움 1위(1골 4도움)를 달리고 있는 그는 ‘축구 잘하는 막내 형’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경기를 읽는 눈과 담력을 갖춰 여느 18세답지 않은 안정감까지 준다는 게 대표팀 안팎의 평가다. 어린 시절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때 보인 재능을 소속팀 발렌시아 유스 시스템에서 차근히 갈고 닦아 등장한 한국 축구의 보석 같은 존재다.

우치(폴란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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